‘광주와 타이거즈’ 의미, 현장서 체감했다 > 기획

본문 바로가기

기획

‘광주와 타이거즈’ 의미, 현장서 체감했다

게시글 작성정보

profile_image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4-12-05 14:16
  • 조회수 1,057
  • 댓글수 0

게시글 본문

광주와 타이거즈의미, 현장서 체감했다

 

챔필부터 호프집·광장까지 도심 곳곳 응원전 취재

경기 초반 연이은 홈런에 리포팅 운명 걱정되기도

야구 그 이상의 존재인 것 여실히 깨달은 기회

 

4adf44827a5134403dfa4f6eb67ae165_1733375785_8304.jpg

 

KIA타이거즈가 우승을 확정 지은 한국시리즈 5차전. 지역민과 함께한 여정의 마침표를 찍은 그날을 취재한 일은 감사한 기회였다. 호남의 아픔을 보듬어준 역사적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

이날 나는 시민 응원 열기가 뜨거운 현장 곳곳을 누볐다. 챔피언스필드에는 멀리서부터 입장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빨간색과 노란색 점들이 간혹 일렁이는 모습이었다. 양현종의 호투를, 김도영의 홈런을 기대하는 사람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팬이다. 저녁때 야구만 보는 남편과 승강이하다 타이거즈에 빠졌다는 팬도, 마지막 경기가 되길 소망하며 경기 하남에서 온 팬도 있었다. 챔필의 설레는 분위기를 담아낸 뒤 이제는 경기장에서 멀어지기로 했다.

영화관 응원 현장으로 향했다. 정숙의 공간인 영화관, 그곳에서 유니폼과 응원봉을 곁들인 함성이 터져 나온다면 어떨까. 낯설고도 특별한 풍경을 담고 싶었다. 그러나 경기 초반 연이어 얻어맞은 홈런에 분위기는 식어갔다. 서스펜스 장르로 바뀌었다. 우승을 전제로 취재 중인 이 아침 방송용 리포트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기우였다. 어쩌면 이때부터 역전의 확신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이어서 찾은 첨단 한 술집은 챔피언스필드를 방불케 했다. 족히 백 명은 넘어 보이는 손님들. 스트라이크가 꽂힐 때마다, 경쾌한 타격음이 들릴 때마다 가게가 들썩였다. 질 수가 없는 열기다. 압권은 단연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장을 가득 메운 2,000여 명의 시민은 하나가 됐다. 역전 내야안타와 우승을 확정 짓는 삼진에 시민들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남행열차가 더욱 흥을 돋웠다.

스크린에서 한 발짝 떨어져 주로 시민들을 지켜봤다. 인터뷰 대상을 찾기 위함이었지만, 이면의 이유도 있었다. 고등학생 무리 중 유독 반짝이던 눈동자, 그 의미는 무얼까. 중년 남성의 결연한 눈빛, 그 사연은 또 무얼까. 해태 시절부터 야구를 통해 질곡의 시간을 다듬어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비로소 깨달았다. 스포츠는 단순한 운동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그 의미를 몸소 알게 한 취재 경험이었다. 타이거즈 야구는 지역의 문화적 상징이 되어 역사를 잇고, 지역을 하나로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광주, 이 시대의 아픔을 야구로 극복한 도시에서 타이거즈는 운명이자 자랑이었다는 한명재 캐스터의 우승콜이 우리네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37년 만에 홈에서 들어 올린 트로피는 기쁨이자 희망이었고, 위로이자 회복이었다.

긴 하루였다. 새벽 늦게 집에 돌아왔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여전히 들떠있었다. 그날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야구 없는 겨울은 얼마나 심심할까. 그럼에도 다음 봄은 얼마나 설렐까. 여름은 또 얼마나 뜨거울 것이며, 다시 가을이 됐을 때 어떤 환희가 밀려올까.”

기자로서 현장의 열기와 시민의 이야기를 취재해 내 언어로 전할 수 있는 건 큰 기쁨이었다. 과분한 영광을 누렸다. 내년에도 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상상을 했다. 그러다 단잠에 들었다. 다시 이 순간을 맞을 행운이 있길 바란다.

조경원 KBC 기자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관련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