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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닌 기자로 지켜본 12번째 우승에 ‘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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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4-12-05 14:17
  • 조회수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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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닌 기자로 지켜본 12번째 우승에 짜릿

 

5차전 취켓팅 노리며 잠시 들떴지만 아쉽게 실패

상무지구 호프집서 응원전 취재하며 묘한 동질감

취재로 마냥 기쁠 수만은 없어 시민들 부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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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팬들에게 20241028일은 평생 기억에 남는 날이 됐다.

KIA가 통합 우승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7년 만의 우승이자 연고지인 광주에서의 37년 만의 우승이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910번째 우승, 관등성명을 힘껏 외치던 일병 시절인 201711번째 우승, 그리고 얼마 전 12번째 우승까지, 야구를 알기 시작한 후 두 눈으로 지켜본 우승의 모든 순간 순간이 여전히 기억 속에 선명하다.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올해는 팬이 아닌 기자였다는 것. 20221월 입사해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보니 한국시리즈 취재 자체도 처음이었다. 당시 나는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함성이 끊이지 않는 광주 시내 곳곳을 스케치하라는 취재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5차전 경기가 시작도 되기 전이었지만, 31패로 앞선 KIA5차전에서 우승할 확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사건기자라면 누구나 예상했을 당연한 지시였다.

사실 나 스스로도 KIA5차전에서 우승할 거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랬기에 5차전 티켓 취소 마감시간인 경기 당일 오후 130분까지 이른바 취켓팅(취소표 티켓팅)에 목숨을 걸었다. 앞서 말한 당연한 지시가 내려왔을 때 저는 직관을 가야 해서 취재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하지만 결국 취켓팅에 실패했고, 응원전이 열리는 김대중컨벤션센터와 상무지구 호프집 등을 왔다 갔다 했다. ‘여기 모인 사람들 모두 나처럼 직관 예매에 실패한 사람들이라는 동질감이 느껴진 것도 잠시, 경기를 보는 내내 그들이 부러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을 하고 있어서기도 했지만 경기를 보며 환호하거나 아쉬워하는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계속 부러웠던 것 같다.

경기 초반 뒤지고 있던 KIA가 한 점 한 점 뽑을 때도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손에 쥔 휴대전화 카메라로 손을 번쩍 들고 박수치며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해야 했다. 누구보다 잘 부를 수 있는 응원가도 속으로 중얼거렸다.

주자 만루에서 상대 투수의 폭투로 2점을 얻어내며 동점을 만들었을 때는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경기장 밖에서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보는 것이었지만 KIA12번째 우승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열기는 그만큼 대단했다. 약속의 8KIA가 역전에 성공했을 때 울려 퍼진 환호성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조금 과장하자면 당시 현장에서는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9회 초 KIA의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삼진으로 마지막 하나 남은 아웃카운트를 채우며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사람들은 서로를 끌어안거나 어깨동무를 한 채 방방 뛰며, 하늘을 찌를 듯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그때도 나는 우승의 순간을 즐기는 사람들을 휴대전화에 담고 있었다.

그렇게 길었던 하루가 끝났다. 평소 직관을 갔다 집에 오면 목이 쉬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는데, 정작 우승을 차지한 날 내 목 상태는 최상이었다. 우승 직후 사람들을 인터뷰를 할 때 행복해서 잠도 오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었는데, 내 눈꺼풀은 자동으로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기자로서 KIA가 우승하는 감동의 순간을 함께한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본 점에서 감회가 남다르기도 하다. 각자 개인에게 KIA의 우승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던 하루였다.

KIA가 우승하면 마냥 좋다고만 생각했던 나와 다르게 그날 이야기를 나눈 모든 이들은 저마다 KIA의 우승이 특별한 의미였다. 그중에서도 광주는 시대의 아픔을 야구로 극복한 도시’, ‘사막과 같은 막막한 일상 속 오아시스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제 KIA는 과거 해태처럼 왕조 건설을 꿈꾸고 있다. 그 꿈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KIA가 다음 시즌에도 일을 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그 우승의 순간을 맘 놓고 즐기고 싶다.

박승환 무등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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