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 광주 법정 출석 뒷 이야기 - 방송기자 편(송정근 광주M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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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9-04-1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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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 광주 법정 출석 뒷 이야기 - 방송기자 편
전두환, 당신에게 광주는 무엇인가!
후배기자들 현장 이야기 듣다보니 저절로 울컥
철면피같은 행동에 시민·기자 모두 한계 직면
법정에 서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전두환씨를 기다리고 있는 광주시민들의 모습.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씨가 광주에 오냐 마냐를 두고 말이 많았다. 경찰도 전 씨가 광주에 올 것을 대비해 훈련은 하고 있었지만 확실하게 올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를 못 했다. 적어도 필자가 휴가를 가기 전까진 말이다.
그런 전 씨가 2019년 3월 11일 오후 12시 34분 광주지법 후문에 도착했다. 그것도 도착 예상 시간보다 2시간이나 일찍. 그 역사적인 현장에 나는 없었다. 본의 아니게 휴가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텔레비전과 온라인을 통해 그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 채. 그래서 ‘전두환 재판 취재 뒷이야기’라는 주제를 받았을 때 사실 내가 써도 되는지 갈등을 했었다.
필자도 오직 기사로만 재판 내용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호의 글은 재판 현장을 뛰어 다녔던 후배들의 말을 빌려 쓰게 됐다는 점을 먼저 알린다.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침착하게 대응
재판이 시작되기 전 시민들은 침착했다. 전두환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광주 시민들을 짓밟고 수십 년 동안 거짓말로 농락하고 있지만 그가 광주에 와서 “이거 왜 이래”라는 말을 하기 전까진 광주 시민들은 침착했다. 광주 시민들 스스로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을 걸고 있었다. 감정적 대응이 자칫 전두환과 일베 등 수구 보수 세력들에게 빌미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새벽부터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달한 후배 기자는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전두환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폭풍이 오기 전 고요한 것처럼.
물어 볼 말은 많은데 시간은 짧아
전두환 씨는 시민들의 항의 없이 광주 지법 후문에 잘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서 법원 안으로 들어가는 거리는 10미터 가량. 30보정도 되는 짧은 거리였다. 포토라인에 선 전 씨에게 시민들을 대신해 기자들이 이것저것 물어봐야 하지만 긴 기다림과 많은 궁금증에 비해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다.
당초에는 5가지를 물어보려고 했지만 시간상 3가지 질문으로 줄여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3가지 질문도 여의치 않았다. 다른 사건과 달리 전 씨는 경호원들이 철통 마크하고 있었고,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던 전 씨는 포토라인에도 서지 않은 채 바로 법정으로 들어갔다.
광주 시민을 대신해 사과를 받으려고 한 기자들은 피치 못하게 경호원들과 약간의 몸싸움까지 하게 됐다. 기자들이 한쪽으로 밀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겼지만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급박한 상황 때문에 그런 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거 왜 이래”라는 예상치 못한, 광주 시민을 분노하게 만든 전 씨의 대답이 나왔다.
그 어느 때보다 삼엄했던 법정
평소의 법정은 방청객이 소란스럽게 할 경우 판사로부터 주의를 받고 심할 경우 퇴장까지 당하는 엄숙한 곳이다. 기자들도 녹취가 허락되지 않는 장소다. 일반 재판도 이러한데 전두환 재판은 어땠을까. 화가 난 시민들이 전 씨에게 물건을 던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손에 쥐고 있던 핫팩까지 압수했다고 한다. 법정 경위들도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전 씨는 생년월일과 직업 등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헤드셋을 쓰고 또렷하게 대답했다. 또 자신의 회고록 중 조비오 신부를 사탄이라고 기술한 부분이 모니터에 나오자 부인과 자리까지 바꿔가며 자세히 살펴봤다고 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렸다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전 씨가 사과도 없이 법정으로 들어간 데다 전 씨의 변호인이 헬기 사격 사격은 없었다는 내용으로 40분 동안 변론을 하자 한 시민이 일어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시민들은 서서히 분노하기 시작했다. 철면피를 쓴 전 씨의 행동에 광주 시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 거다.
사과는 커녕 황당한 말에 시민들 분노
참을 만큼 참은 시민들은 들끓기 시작했다. 후문으로 나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 씨가 정문으로 나가자 시민들도 정문으로 뛰쳐나갔다. 전 씨가 내뱉은 뻔뻔한 말에 다시 한 번 상처를 받은 시민들은 전 씨가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사과를 꼭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시민들은 전 씨의 차량을 막고 사과 한마디도 없이 그냥 간다며 소리쳤고, 도로에 드러눕기도 했다. 전 씨도 시민들의 이런 모습에 당황했는지 허겁지겁 차량에 탑승했다.
전 씨는 그렇게 광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고 서울로 떠났다. 전 씨는 다음 공판준비기일인 4월 8일에는 꼭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1심 선고기일에는 반드시 법정에 나와야 한다. 기자들은 전 씨가 광주에 다시 오는 날, 다시 한 번 이 질문을 던지겠다고 한다. 광주 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송정근 광주M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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