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 광주 법정 출석 뒷 이야기 - 수습기자 편(이한나 전남일보 기자)
게시글 작성정보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9-04-17 14:40
- 조회수 4,914
- 댓글수 0
게시글 본문
전두환씨 광주 법정 출석 뒷 이야기 - 수습기자 편
온 힘을 다해 “사과할 생각 없으신가요!” 악질렀다
수습기자 시절, 전두환 재판 투입…
취재진에 밀리고 치이고 해도 끝까지 질문 던져
전두환씨가 광주에 온다는 소식에 지난 10일 사회부 회의가 열렸다. 결론은 부서원 전원 투입이었다. 그 순간 사회부 배치가 이토록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당시 나는 면 수습을 직전에 둔 병아리도 아닌 달걀 기자였다.
1980년 5월 광주의 참변을 지휘한 전두환씨가 피고인으로 광주에 온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수습기자가 되고 처음으로 맞는 큰 사건이 전씨 재판이라는 것에 몹시 흥분됐다.
내가 맡은 임무는 전두환 재판 주변 스케치였다. 재판이 있을 광주 법원 주변 상황을 취재하는 것이다. 중요한 날이기 때문에 기사를 잘 써야 했다. 전씨 재판 관련된 기사뿐 아니라 유명인 재판 관련 기사들을 모조리 찾아 읽어봤다. 내가 거기서 무엇을 봐야 하고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를 계속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당일 일찌감치 광주지방법원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언론사가 진을 치고 취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법원 주변 상황을 취재한 후 전씨를 맞을 자리를 찾았다. 사진·카메라 기자들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가깝게 그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아냈다.
질문도 준비했다. “이순자씨는 왜 오셨나요?”였다. 뻔하지 않고 간단한 질문이어야 했고, 오전 라디오에서 변호사가 신뢰 관계인 동석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만 해당하는데 이순자 동석이 꼭 필요했냐는 말을 한 것을 참고했다. 전씨가 올 것을 생각하며 질문하기를 수십 번 머릿속에 그렸다. 혹여나 놓치는 장면이 있거나 다른 취재진에게 자리를 뺏길까 봐 점심도 먹지 않았다.
검은 색 차량이 들어오고 전씨와 이씨가 내렸고 준비했던 질문을 외쳤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전씨가 법원에 들어갈 때까지 “이순자씨는 왜 오셨나요”를 연신 외쳤다. 역시나 그는 듣지 못한 듯 바삐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재판은 생각보다 길었다. 비를 맞고 추위를 견디며 기다렸다. 그러다가 그가 법원에서 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려왔다. 곧장 달려갔다. 이번에도 사진·카메라 기자들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그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전씨가 나왔다. 순식간에 포토라인이 무너졌고 기자들과 경호원들 몸이 서로 뒤엉켰다. 기자도 그 소용돌이에 휩쓸렸는데 그러다 ‘전두환’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았지만 손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준비한 질문은 열심히 외쳤다. “사과할 생각 없으신가요?”
전두환이 광주를 떠나기 전 사과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 답 없이 차를 탔고 광주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법원을 겨우 빠져나갔다.
나중에 알았다. 그가 보청기를 낄 정도로 청력이 좋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80년 이후 39년동안 단 한번의 사과 없이 고통 속에 괴로워하는 광주의 신음에 귀를 닫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결국 아무런 답도, 재판 역시 진전이 없었지만, 역사의 한 장면 속에 있었던 것은 감격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특히나 법원 밖에서 광주시민들과 함께 어울려 있었던 것은 큰 경험이었다.
/이한나 전남일보 기자
-
이전글
-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