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이야기] 취재수첩 어떤 것 쓰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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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9-03-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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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어떤 것 쓰시나요?
떼려야 뗄 수 없는 ‘수첩’…개인의 역사가 되기도
휴대성 강조하는 수첩부터 노트북까지 천차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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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필자의 가장 깊숙하고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는 서랍 마지막칸을 가득 채운
지나간 시간들의 취재수첩. 작성할 때는 정신이 없었지만 지나고 보니
기자로서의 성장 기록 같아 보이기도 하다. 참고로 수첩의 필체는 신경 쓰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3년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뒤집어 놓았던 국정농단 사건의 결정적 증거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근무하면서 작성한 수 십 권의 수첩이었다.
그 안에는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각종 불법 청탁을 한 정황이나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나눈 독대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재판부는 이 수첩들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수첩의 역할은 가히 어마어마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어디서든 깨알같이 메모하는 게 습관이라고 한다. 그의 오른쪽 뒷주머니엔 언제나 수첩이 꽂혀 있고, 애장품 1-10호가 모두 수첩이라고 한다.
동아일보 기자시절엔 취재용으로 현재는 소통용으로 애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총리에게 수첩은 자신의 분신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인 것 같다.
기자라는 직업은 수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오죽하면 직업 이름에 ‘기록할 기’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겠는가. 이 기록을 가능하게 하는 아이템인 수첩.
모든 기자들의 애환과 가끔은 눈물도 심어져 있는 수첩은 기자의 또 다른 정체성이라고 할수 있겠다.
얼마 안 되는 연차의 기자지만 필자도 다양한 수첩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 기자협회에서 주는 손바닥 크기의 기자수첩, 팬시용품점에서 파는 형형색색의 수첩, 다이어리 크기의 수첩까지. 보관하고 있는 수첩을 보니, 생각보다 다양했다.
그러고보면 기자수첩은 기자들의 특성이 담겨 있다. 어떤 이는 기자협회에서 보내준 수첩만 사용하는가 하면, 어떤 기자는 다이어리형 수첩을 선호하기도 한다.
또 어떤 기자는 볼펜만 들고 다니면서 현장에 있는 소품들을 활용해 기록을 하기도 하고, 어떤 기자는 스마트한 시대의 기자답게 타블렛으로 기록하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엇비슷한 점이 있다면 이들 대부분이 자신의 기록을 버리지 않고 저장한다는 것이다.
쓸 때는 기록이지만 지나고 보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때에 따라서는 새로운 취재의 자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면 기자들의 취재수첩은 일기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 역시 8년을 모았으니 그 양이 꽤 많다.
한가지 재밌는 점은 부서에 따라서 수첩의 모습도 다르다는 것이다.
주로 사건 사고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경우에는 휴대하기 편한 수첩을 사용하는 것 같다. 취재 내용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많이 적기보다는 어디서든 꺼내고 넣을 수 있기 때문인 듯 하다.
행정 기사나 약간 복잡한 내용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작은 수첩보다는 다이어리와 같은 수첩을 조금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취재 내용을 빼곡히 적을 수 있으며, 중간 중간 취재 내용을 확인하며 취재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같은 경우에는 노트북을 이용해 취재원의 말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은 취재원의 멘트를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일부는 기자회견문에 취재원의 말을 기록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장소와 취재 특성에 따라 다양한 취재 수첩이 사용되는 것 같다.
또 취재 내용을 수첩에 적는 방식 역시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르다. 필자 같은 경우 취재원의 모든 멘트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적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수첩에는 온통 지렁이들만 돌아다닌다. 나의 수첩을 본 사람들은 어떻게 이 글씨를 이해하냐 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나도 가끔은 내가 쓴 글씨를 이해하지 못할때도 있다. 예전에는 그래도 글씨가 악필이라는 소리는 안 들었는데….
어떤 기자는 취재원이 하는 말 중에 핵심만 적어서 필기하기도 한다.(가장 부러워하는 부류다) 핵심만 적으니 아무래도 취재현장에서 훨씬 여유로움이 있어 보인다. 단점이 있다면 세세한 내용은 기억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인데 기자도 사람인지라 그때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기자가 고참기자라면야 어떻게든 찾아내겠지만 신참일 경우 상사의 질문에 수첩이 아닌 기억으로 찾으려다, 못 찾으면? 그 순간 암담해질 것이다.
한가지 더 추가한다면 취재수첩에 꼭 취재내용만 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씩 다른 기자들이 글을 쓸 때 슬쩍 쳐다보면 종종은 의미 없는 말을 적은 낙서나 그림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어찌됐던 기자들에게 다방면으로 사용되고 있는 수첩.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다들 수첩 사용량이 꽤 많을 것이다. 특히 신참 기자들의 경우 쉴 새 없이 취재거리가 생기기 때문에 수첩 1개쯤은 며칠이면 다 써버릴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광주기자들만의 특색이 있는 취재수첩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또는 각 회사만의 특징을 담은 취재수첩이어도 괜찮을 듯 하다. 시간이 지나면 개인의 역사 뿐 아니라 그때 그 순간의, 내 회사의 역사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정근 광주M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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