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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럴 때 그만두고 싶다” - 숨막히는 5년차 이하 기자들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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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9-03-14 15:41
  • 조회수 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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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럴 때 그만두고 싶다

 

숨막히는 5년차 이하 기자들의 항변

매달 월급날이면 이직생각 무럭무럭

잦은 부서이동에 연차도 못내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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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전남매일 송수영 기자가 다음날 쓸 아이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한숨이 나오는 날도 많습니다.”미디어 홍수, 모바일 시대 도래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속에 방송도 힘들지만, 종이신문의 경우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특히 지방지의 상황은 갈수록 열악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 이직, 퇴사가 속출하고 늘어가는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채용축소, 인원 감축으로 인한 업무는 고스란히 평기자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날 구멍을 찾아라라는 선후배들의 입버릇 같은 말이 더 이상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퇴사와 재직의 갈림길에 선 5년차 이하의 기자의 고충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어찌됐던 급여, 누가 뭐래도 급여

환승입니다.”

버스 요금이 아니라 내 월급이 빠져나가는 소리라고 A기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에게 있어 월급은 통장을 거쳐갈 뿐,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통장에 남은 건 잔고가 아닌 입출금 내역이 전부.

입사 4년차에 들어선 A기자는 매월 내 친구들은 다 결혼하는데결혼은 커녕 연애는 할 수 있을까라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는 이미 수습시절부터 담당 부장으로부터 기자는 박봉이니 수입이 안정적인 아내를 만나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뒤집어 보면 수입이 안정적인 사람이 왜 기자를 만나겠다. 아울러 남자의 자존심이 있지, A기자는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투잡을 뛰어서라도 먹여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사실 20년차 이상 베테랑 기자 선배들이야 기자가 대우받던 좋은 시대도 맛볼 수 있었다.

대부분 이때쯤의 선배들의 배우자들은 공무원, 선생님 등 안정적인 직업군을 보유한 사람이 상당하다. 요즘 기자들에게는 거의 꿈같은 이야기다.

사실 A기자는 생활비, 기름값, 보험료, 핸드폰 요금 등 허투루 쓰는 돈이 거의 없을 정도로 씀씀이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받는 월급은 결혼 자금을 모으기엔 터무니 없이 모자라다.

어디 그 뿐인가. 급여는 정해져 있지만 근무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평일 저녁은 물론, 바쁜 일정이 겹치면 주말에도 취재를 나간다. 그야말로 가성비 갑이다. 싸고 막부려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A기자는 매달 통장 잔고를 보면 이직 생각이 절로 난다. 허나 기자 경력으로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인 데다 경쟁력도 높아 선뜻 나서기도 겁이 난다.

일단 버텨 보자. 좋은 날이 오겠지.” 그렇게 그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또 한달을 버틴다.

 

잦은 인사, 엄청난 업무량

바뀌신지 얼마 안 됐는데 다른 분이 오셨네요.”

3년차 기자인 B기자가 최근 출입처 사람을 만나 들었던 말이다.

보통 광주전남 언론사는 가용인원이 많지 않다보니 각 회사 사정에 따라 인사 주기 또한 일정치 않고 들쭉날쭉하다.

1년 이상 한 부서에 머물러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3~6개월 만에 인사가 나는 사례도 허다하다. 출입기자와 홍보팀이 모여 있는 단톡방은 누가 나가고 들어 온 지도 모르게 어느 샌가 인원이 바뀌어 있다.

B기자는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경력도 낮고 업무에 능숙한 편이 아니라 보통 한달 정도는 적응기를 가져야 하는데, 적응하기도 전에 또 이쪽 저쪽으로 바뀔게 뻔하기 때문이다.

부서가 변경되면 기사 스타일도, 상대할 사람들도 바뀐다. 하지만 회사는 기다려주지 않고 계속 압박한다. 빠른 시간 내에 일정한 성과를 바라는 것이다. 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것들을 요구할 때는 감당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가르쳐서 키우던 때는 수습 정도 때 뿐이다. 수습을 떼고 나면 알아서 잘해야 한다. 밀려드는 인터뷰, 기획기사, 특집 등을 준비하다보면 식사도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로 때우거나 거르는 경우도 있고, 지면을 채우기 위해 노트북과 함께 주말이나 저녁을 보낼 때도 있다.

지면을 메꾸기 위해 존재하는 기자. 입사할 때 생각했던 기자의 역할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연차? 그거 먹는거냐?

C기자는 얼마 전 친구들과 날짜를 맞춰 여행을 가기로 했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쉬는 C기자 때문에 매번 금요일에 월차를 썼던 친구들을 위해 이번엔 본인이 일요일에 쉬기로 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말은 이렇게 바쁜 때에 일손도 부족한데 쉬어야겠니?”여기 있는 사람들 다 쉬고 싶어였다.

결국 C기자는 친구들에게 이번 여행은 못 갈 것 같다고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 여행은 취소됐다. 여름휴가와 병가 하루를 제외하고 지난해 C기자가 쓴 연차는 0. 5년간 단 한 번도 주어진 연차를 소진해 본 적이 없다. 징검다리 연휴 때 하루 연차를 내고 푹 쉬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 짝이 없다.

SNS에는 여행 다녀온 친구들의 사진으로 도배가 된다. 그 시간 나는 노트북을 열고, 기사를 쓴다. 그렇게 남들 쉴 때 근무를 하고 나면 더 힘이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는 온통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하지만 당장 메꿔야 하는 카드값과 자동차 할부금, 핸드폰 요금이 내 발목을 붙잡는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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