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국회의원 5·18 망언 취재후기
게시글 작성정보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9-03-14 15:39
- 조회수 4,560
- 댓글수 0
게시글 본문
금남로에 울려 퍼진 뜨거운 함성
“역사 왜곡 뿌리 뽑자”
결연·침착했던 광주의 분노 “한국당 결자해지를”
그릇된 인식 전파 위험… 포용 대상 될 수 없어
<사진설명> 자유한국당 일부 국회의원들의 5·18 망언을 규탄하기 위해
수많은 광주시민들이 모인 지난 2월16일 금남로의 모습
광주가 들끓었다. 5·18 망언에 분노한 민심이 들불처럼 타올랐다. 역사 왜곡 처벌 궐기대회가 열린 지난달 16일 금남로의 모습이다.
시민들은 대회 내내 울분을 토해냈다.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피 흘려 쌓아 온 이 땅의 민주주의가 극우 세력의 왜곡·폄훼로 퇴행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어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질 땐 금남로가 1980년 5월처럼 달궈졌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이었다. 주먹을 불끈 쥔 시민들의 팔 동작엔 결연함이 묻어났다.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종북의 노래’로 낙인 찍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인권·평화’의 염원이었다.
자유한국당의 사죄를 촉구하는 피켓 수백 여 개가 파도치는 모습도 찬란했다.
‘자유한국당 해체, 망언 의원 퇴출, 지만원 구속, 학살자 전두환 처단’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와 행진 때는 ‘들불’이 절정에 달했다. 역사 왜곡 세력의 그릇된 행위에 방관하지 않겠다는 항거였다. 사회가 요동칠 때마다 민주주의를 염원하고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던,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아픔을 보듬었던 금남로다웠다.
5·18 단체와 유가족, 5·18 당시 시민군도 착잡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신군부의 책임 회피와 미완의 진실로 끊임없는 왜곡에 시달려왔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듯 보였다. 헌정질서를 수호한 시민을 ‘괴물집단’으로, 숭고한 항쟁을 ‘폭동’으로 매도한 이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총칼의 학살이 망언의 학살로 이어지고 있다”, “5월 광주는 주먹밥을 나누며 위대한 시민정신을 보여줬다”, “국민이 힘을 모아 달라”는 등의 규탄 발언이 잇따랐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지난달 12일 광주를 찾았을 때도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위법행위인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거듭 주장하면서 광주를 또 자극했다. 구속부상자회원들의 처절한 외침이 들렸지만, 김 의원은 끝내 5·18 모독에 사죄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조차 제대로 받지 않고 성급히 자리를 떴다.
극우 보수 세력의 역사 왜곡은 집요하다. 한국당과 지만원은 민주주의 역사와 헌법 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해 왔다. 한국당 지도부는 세 의원의 망언을 '다양한 의견'으로 물 타기하며 반역사적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징계가 유보된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3차 전당대회에서도 5·18을 모욕했다. 심지어 김순례 의원은 최고위원이 됐다. 5·18을 부정하는 의원이 당 지도부 선거에 출마한 것 자체가 한국당의 정체성과 지향성을 반증하고 있다. 한국당은 5·18 진상조사위원회 출범도 발목을 잡고 있다. 광주의 분노가 결연하고 침착해야 하는 이유다.
극우세력의 역사 왜곡은 그릇된 인식 전파와 국론 분열로 이어진다. 실제 김진태 의원 광주 방문 기사를 출고한 뒤 태극기 부대(?)로 추정되는 장년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지만원의 말이 무조건 옳다며 지역을 비하·조롱했다. 개탄스럽지만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이 무용지물이다. 민주주의는 관용을 토대로 하지만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것까지 포용의 대상이 될 순 없다.
국민의 요구는 간단하다. 5·18의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역사 왜곡 행위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반이 튼튼한 사회를 만들고 망언 정당이 결자해지를 보여 달라는 설명이다. 속죄와 반성 없는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전두환을 비롯, 국가폭력 책임자들이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마치고 광주로 향하던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이 묵직한 울림을 줬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그의 목소리가 맴돈다.
“신군부가 1980년 광주를 고립시켜 탄압했지만,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지켰다. 5·18 망언 파문을 계기로 광주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재조명받고 있다. 역사를 폄훼하는 이들을 뿌리 뽑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신대희 뉴시스 기자
-
이전글
-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