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광주공동체 해외봉사 동행 취재기] 필리핀 보홀에서 발견한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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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9-03-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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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광주공동체 해외봉사 동행 취재기
필리핀 보홀에서 발견한 보물
5년 전 강진으로 200여명 사망·실종한 지역…
봉사활동 통해 삶의 밝은 부분의 힘 느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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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천진난만한 보홀 지역 아이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위)과 필리핀 보홀에서 무더위도
잊은 김태규 전남매일 사진부장이 보홀 아이들과 천진난만한 미소로 함께 이야기 나누는 모습.
일상을 벗어나 처음 마주한 곳에서 삶의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흔치 않다.
더욱이 타인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경우도 흔히 윤리와 도덕성을 논하는 책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라고 여겼다. 새해를 맞고 열심히 살고자하는 다짐이 작심 2주가 돼 가던 어느 날, 필리핀 보홀에서 평소와는 다른 1주일을 보냈고, 그 경험은 따뜻하고 조금은 뭉클함으로 남았다.
눈이 온 직후라 유난히 더 춥게 느껴졌던 1월 중순.
평균기온이 30도는 된다는 제법 따뜻한 겨울날씨의 필리핀으로 향했다.
나눔과 봉사를 통해 광주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사)광주공동체(상임대표 문상필) 해외봉사단의 필리핀 보홀 지역 봉사활동에 대한 동행취재를 위함 이었다.
회사에서는 모처럼의 좋은 기회이자 뜻깊은 경험이 될 수 있을 테니 신경쓰지 말고 다녀오라고 승인이 났지만, 1주일에 가까운 시간을 떠나 있으려니 맘이 영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자정이 넘어 도착한 숙소에서 시원찮게(?) 나오는 석회물에 의지해 피로함을 씻어내려 했으나 피곤함은 더 쌓이고, 3시간 쪽잠을 자고 나서 보홀섬을 향해 배에 몸을 실었다.
내가 배인지, 배가 나인지 모를 울렁거림과 함께 도착한 보홀섬에는 일찍이 광주공동체와 인연을 맺은 로복시 관계자들과 학생들이 열렬한 환대로 반겨줬다.
환대 속 보홀의 첫 이미지는 ‘밝음’이었다.
5년여 전 규모 7.2 강진으로 사망·실종에만 200여명에 달했던 아픔이 있었던 곳으로는 생각되기 어려울 정도로.
광주공동체는 도착하자마자 분야별 체계적 활동을 진행했다.
해외 봉사에는 광주정신의 국제화에 기여하기 위해 사전에 선발된 광주시 고등학생 20여명을 포함해 총 53명의 봉사자들이 참여했다.
특히 로복시 카마야안 고등학교 학생들과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카마야안 고등학교에서 의료 봉사와 방역, 이미용, 학교 시설 개보수 등이 활발히 이뤄졌는데, 저마다 자신의 분야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봉사자들의 모습은 일상에 지쳐 조금은 안일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기에 충분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올해 수험생이 된 당시 고등학교 2학년생들로 겨울방학동안 뜻깊은 경험을 하고자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를 잠시 멈추고 온 학생들이었다. 한국어·한국전통의상 교육, 벽화그리기를 모두 영어로 진행했다. 한국에서 그간 스스로 회의하고, 학습하고, 레크리에이션도 직접 준비해 온 열정이 곁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이와 동시에 의료진들의 의료봉사와 다양한 활동이 베이스캠프에서 이뤄지나 보홀 지역 학생 외에 지역 주민들까지 수백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봉사활동 중 어깨통증이 있음에도 고통을 참고 치아 발치 등 치료를 이어갔던 치과의사, 작년 봉사활동 당시 피부 질환 겪었음에도 올해 남편과 대동해서 다시 온 헤어디자이너, 방역 작업을 자처하고 나선 컴퓨터 제조 회사 사장님 등 다양한 사연과 감동이 와 닿았다.
특히 함께 갔던 전남매일 김태규(부국장대우‧사진부장님) 선배님의 모든 봉사자들의 활동과 필리핀 보홀 지역민과 청소년들의 생기 넘치는 이야기와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더위와 불편을 무릅쓰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시던 모습도 후배의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셨다.
더운 날씨에도 좋은 자리는 후배에게 양보하시고 에어컨도 안 나오는 차량 짐칸에 오르시는 배려에 죄송함과 감사함이 교차됐다.
그 가운데, 의료 봉사자들을 돕고 있는 한 필리핀 소년을 만났다.
이 소년은 11살 마크데릭 군으로 일찍이 광주공동체와 인연이 있었다. 봉사자들이 2년 전 만났을 때, 구순구개열(입술이나 잇몸 또는 입천장이 갈라져 있는 선천적 기형) 증상으로 입 천장이 없었다.
조금은 다른 외모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형편상 치료의 여력도 없었기에 포기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광주공동체와 인연이 닿으며, 당시 광주까지 건너와 조선대치과병원에서의 치료, 기본적인 수술까지 지원을 받았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수술로 회복한 데릭군은 제법 학교에서 친구도 사귀었고, 이에 고마운 마음으로 광주공동체가 보홀을 방문 할 때면, 작은 고사리 손으로 봉사자들을 돕고 있다는 것.
이 소년은 내게 조금은 어눌한 발음으로 “광주공동체와의 뜻깊은 인연으로 새로은 희망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나도 크면 광주에 가서 고마움을 전하고, 더 어려운 친구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환히 웃으며 말했다.
이처럼 처음 방문한 필리핀 보홀은 아름다운 사람들과 맺은 인연,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감동으로 잊지 못할 내게 가장 빛나는 보물이 됐다.
31번째 맞는 새해도 그저 그런 마음가짐으로 안일한 시작이 될 뻔했지만, 올해만큼은 특별하게 다가오는 기분이다.
보홀에서의 봉사활동 마지막 날 기회가 닿아 학생들과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솔직히 학생들에게 라기보다는 나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다.
‘필리핀 보홀에서 얻은 보물을 잊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
/오승지 광주매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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