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이야기Ⅱ] 1,2년차 방송통신 기자들 현장 뛰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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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8-11-1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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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야기Ⅱ] 1,2년차 방송통신 기자들 현장 뛰어보니
평소 좋아하던 취미 하나둘 버리니 기자가 되더라
잠 못 자고 일하는 고충에 섭외 안 되는 인터뷰 절망
짧은 시간 여러가지 일 해내야 하는 압박감도 상당해
<사진설명> 1, 2년차 방송·통신 기자들은 기본적으로 잠을 거의 못잔 상태에서 생활했던 시절을
힘들어했다. 여기에 시시각각 발생하는 사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오랜시간 대기를 하고,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해야 하는 압박감도 그들을 지치게 하고 있었다.
#. SCENE1
찬 공기가 내려앉은 새벽. 집을 나서지만 잠이 깨지 않는다. 피곤함이 나를 짓밟지만 오늘도 난 길을 나선다. 경찰서에 접수된 사건 사고를 챙기기 위해. 경찰서에는 술 취한 사람들이 피의자 대기실에서 수갑을 찬 채 잠을 자고 있다. 쭈뼛쭈뼛 경찰에게 사건을 물어보는 나. 그들의 눈빛은 온화하다. 밤사이 조용했다는 말과 함께. 보고 할 사건을 찾지 못한 난 두려움에 떨며 보고를 한다...
#. SCENE2
회사에 나를 찾는 한 통의 전화가 온다. 며칠 전 내가 보도한 60대 남성 자살사건의 유가족이다. 유가족은 잔뜩 화 난 목소리로 왜 보도를 했냐고 거칠게 항의한다. 장례식장으로 당장 오라는 말에 위축된 마음으로 장례식장을 찾았다. 거기서도 유가족들의 항의는 계속됐다. 나의 사과로는 이미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유가족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멱살을 잡혔다.
#. SCENE3
화창한 가을 주말이다. 하늘은 높고 푸르며 거리에서 나는 가을 냄새에 마음이 들뜬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이다. 하지만 시계를 보니 보고 시간이다. 늘 그렇듯 정신없이 전화를 돌렸다. 사고가 났단다. 사고 취재하러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이렇게 주말도 안녕.
방금 말한 위의 사례들은 필자가 1,2년차 기자일 때 겪었던 일들이다.
아직 어리숙하고 부족한 점이 많았던 초년병 시절, 현실은 날 기다려주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봉착했고, 민감한 사안을 보도하면 어김없이 취재원들의 항의가 들어왔다. 간단한 인터뷰 섭외도 쉽지 않았다. 주말에도 사건 대기는 기본이었다.
고해성사 같은 나의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지금 1, 2년차 방송·통신 기자들 역시 나와 같은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힘든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내가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그대로 쏟아냈다. 마치 데칼코마니 같았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잠을 거의 못잔 상태에서 생활했던 수습시절을 힘들어했다.
거기에 시시각각 발생하는 사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건 대기를 하고,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해야 하는 압박감도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평소 좋아하던 취미를 하나, 둘 포기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기 좋아했지만 이제는 그럴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는 것이다.
아마 연차가 얼마 안 된 신입기자라면 신문·방송·통신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느꼈을 힘든 점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매체 상관없이 방송 통신 1,2년차 기자들이 공통점을 느끼는 힘든 점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매체 특성 따라 어떤 점이 힘든지 말해보겠다.
매체에 따라 기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조금씩 달랐다. 방송 같은 경우 인터뷰가 있어야 기사를 쓸 수 있는데 이 인터뷰 섭외 하는 게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또 영상 매체다보니 CCTV나 블랙박스, 제보 영상 등을 구해야 하는데, 이 영상 구하는 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카메라만 나타나면 태도를 돌변하는 취재원도 난감하다고 했다. 카메라가 없을 때는 그렇게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하던 사람이 카메라 기자가 나타나자 찍지 말라며 욕을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통신 매체의 경우 사건 취재도 취재지만 시간하고도 다퉈야 하는 점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같은 기사라도 어떤 통신사가 먼저 올리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입사한 이후 마음 편하게 점심밥을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고 한다.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는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도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먹고 살 수 있는 게 있어야 착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년차 기자들은 때때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나’ ‘나는 왜 이 직업을 선택했는지’ ‘어떤 기자가 될 것인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1,2년차 기자들에게 이 항산이 필요하다. 좋은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들어온 기자들이 지쳐 낙오하지 않도록.
그 항산은 기사를 본 시청자들의 칭찬일 수 있고, 자신의 쓴 기사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때 생길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것 맞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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