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이야기 Ⅲ] 데스크가 되보니 - “나도 집에 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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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8-11-1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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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야기 Ⅲ] 데스크가 되보니
“나도 집에 가고 싶다고!”
기사는 기자가 책임은 부장이… 현장이 그립다
할 일은 많고 티는 안나고… 스트레스 지수 9
<사진설명> 사회부장이 된지 2개월. 스트레스 치수가 10점 만점에 9를 찍었다는
전남일보 노병하 사회부장. 기자회보 제출용 사진을 찍고 있는데도 전혀 관심이 없다.
/나건호 전남일보 기자
스트레스 지수 10점 만점에 9.
최근 건강진단을 받았던 필자의 상태다. 측정치수가 나오는데, 9라는 숫자가 뜨니 담당의사가 굉장히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던 걸 잊을 수가 없다.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 조사를 해보니, 3년차 기자 중에 1명이 나와 같은 9가 나왔다. 사장님 다음인 총괄본부장은 8이었다. 다른 사람은 어땠냐고? 보통 2에서 4사이이고 높은 사람이 5정도였다.
아! 그렇다고 이것이 전적으로 회사 책임이라고는 할수 없다. 최근에 결혼해서 갑자기 관여할 데가 많아서 일수도 있고, 아내가 발목을 삐끗해서 인대가 늘어나는 바람에 이것저것 내가 할 일이 늘어난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사회부장으로 올라가고 난 다음, 갑자기 주변이 확장된 느낌에 일상이 휘둘린다는 것이다. 현장기자일때는 출입처에 집중하면 됐는데, 부장이 되면서 본인 출입처는 오히려 뒷전이고 담당부서원들의 출입처가 더 눈에 들어온다. 지면에 나가는 기사 중에 내 손길을 안 거친 기사가 없고, 특히나 톱기사는 때에 따라서는 거의 재창조 수준으로 만들어 낸다.
현재 전남일보 사회면이 2면이니, 날마다 2개의 톱과 2개의 사이드가 취재기자를 거쳐 내 손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눈 빠지게 기사를 고치고 올려 놓으면 그 다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탈자다. 편집부가 편집한 것을 읽으며 오탈자를 잡는데, 이게 또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안나오는게 당연한 것이 오탈자 아닌가. 그런데 다음날 신문을 보면 분명 검토를 했는데도 오탈자가 있을 때가 있다. 그 순간의 그 절망감이란…
그러다보니, 저녁에 남아서 같은 면을 보고 또 본다.
여기서 또 하나 문제가 발생한다. 계속 읽다보면 어쩐지 기사가 어그러진 느낌이 든다.
‘이 표현이 맞나?’, ‘이 팩트가 좀 약한게 아닌가?’, ‘이 문장은 비문이 아닌가?’, ‘피동형을 쓰는게 틀린거 아닌가?’ 등의 의문이 꼬리를 문다.
자, 이미 판은 나왔고 여기서 오케이만 하면 인쇄로 넘어가는데, 그 오케이가 쉽지가 않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하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부서원들을 보면 컴퓨터를 보고 있지만 이미 마음은 다른데 가 있는 듯 하다. 내 착각일수도 있지만.
‘보내야 하는데…’ 하다가도 보내놓고 즐겁게 퇴근하는 중에 전화해서 ‘그런데 말야…’라고 묻는 것은 더욱 문제지 않는가.
이런 고민들이 찰나에 왔다갔다 하지만 결국 필자는 말한다.
“고생들 했어. 들어 가.”
시간을 보니 오후 7시가 살짝 넘었다. 그래도 늦은 셈이다.
데스크가 됐을 때 마음 속으로 다짐한 것이 마지막 오케이까지 오후 6시30분에 끝내겠다는 것이었다. 기사 마감은 그 의도대로 일찍 일찍 내린다. 허나 완성도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면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데스크들은 일부로 부서원들을 잡아 두지 않는다. 사실 우리도 빨리 들어가서 쉬고 싶다. 부서 회식도 좋은 일이 아니다. 나도 내 편한 사람들과 왁자지껄 떠들며 술 마시고 싶다.
회식자리에서 부서원들 앉혀 놓고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거울 리 만무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고생하는 부서원들에게 딱히 해줄 것은 없고, 술이라도 한잔 사주자는 마음 때문에 회식이 이뤄지는 것이다. 데스크가 된지 두 달인데 지금까지 회식은 두 번.
앞으로는 더 줄일 예정이다. 퇴근하고 부장을 보고 싶은 기자는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퇴근하고 부서원들을 보고 싶은 부장도 그리 많지는 않다.
결론은 한가지다. 부서원들이 많고 완성된 기사가 있다면 늦게 남을 이유가 없다. 그게 안되기 때문에 데스크들은 자리를 못 뜨는 것이다. 할 일은 많고 티는 안나고. 그래도 해야 하고.
그럼에도 부서원이 쓴 기사가 다음날 주변에서 회자가 되면 뿌듯한 마음에 오전은 즐겁게 간다. 그래서 요즘 내 입버릇은 “현장에 있을 때 잘해라. 거기가 더 좋아”다.
그러고보니 이 이야기, 내가 모셨던 모든 데스크들이 했던 이야기다. 역시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며, 겪어 봐야 아는 법이다.
/노병하 전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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