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첫 명절 ‘며느리’편] 주정화 전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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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8-10-2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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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첫 명절 ‘며느리’편
“만감 교차했던 추석 명절… 내년 설을 기약하며”
시월드 입성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사랑받는 며느리 필수는 눈치껏 행동
음식 장만 후 시부모님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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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지난달 23일 시댁에서 시어머니와 함께 추석 명절을 맞아 만든 10여 가지의
제사 음식들. 오전에는 전을, 오후에는 제사 음식을 시어머니와 같이 마련하며 며느리로서의
센스를 발휘하는데 집중한 결과다.
“결혼하고 첫 명절이네. 고생이 많겠어. ‘시월드’라는 말이 그냥 나왔겠어. 겪어보면 알겠지만…”
추석 명절을 앞두고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다. 먼저 경험한 이들의 말을 무시할 순 없는 법, 당연히 명절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더군다나 결혼 후 첫 명절이었다. 시월드에 공식 입성하는 자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외며느리로서 긴장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었다.
신랑과 연애시절, 명절 때마다 어머니를 도와 음식 장만하느라 힘들다고 투정 아닌 투정을 했던 게 떠올랐다. ‘아! 좀 더 배워둘 걸’이라는 후회가 자연스레 같이 따라왔다.
그러나 결혼 후 첫 명절을 앞둔 필자가 내린 최종 결론은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였다.
지난 30여 년간 설, 추석 명절이 돌아오면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하고 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과연 외며느리로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은 애써 담아둔 채 말이다. 그렇게 지난달 22일 오후 양손 무겁게 장흥 시댁으로 향했다.
명절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3일 오전 8시부터 눈이 떠졌다.
평일보다 명절이 더 바쁘신 시부모님을 대신해 일어나자마자 부엌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시어머니가 전날 미리 재료를 다듬고, 준비를 해 주신 덕분에 한결 수월했다.
첫 번째 임무는 육전, 산적, 표고버섯전, 동그랑땡, 동태전 등 총 5가지 ‘전 부치기’였다.
대부분의 초보 며느리들이 거쳐야 할 기본 코스 같은 것이었다. 다행히 신랑과 시동생이 도우미로 나섰다.
거실 한쪽에 신문을 깔아 놓고, 준비된 재료에 부침가루와 계란을 묻혀 주면 신랑과 시동생이 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수년간 해왔던 탓일까, 두 사람의 호흡이 꽤 잘 맞았다. 2시간 여 만에 전 부치기 임무를 완료했다.
전을 부친 뒤 오후엔 휴식을 취했다. 저녁부터는 시어머니와 함께 본격적인 음식 장만에 들어갔다. 미리 부쳐놓은 5가지 종류의 전은 접시에 예쁘게 모아서 담아 놓고, 사 놓은 송편과 과일(사과·배·포도), 곶감, 밤, 대추도 그릇에 담아 놓았다.
전날 양념에 재어놓은 돼지갈비는 냄비에 한소끔 끓여내고, 3가지 종류의 나물(고사리·도라지·고구마대)을 조리하는 시어머니 옆에서 비법을 전수(?) 받았다.
여기서 사랑받는 며느리로써 필요한 건 음식 장만 보다 시어머니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뤄 알아낼 수 있는 ‘눈치’였다.
음식을 만드는 중간 중간마다 주변 정리를 하시는 시어머니를 도와 설거지를 하는 등 눈치껏 행동하는 센스(Sense)는 필수다. 그 센스를 열심히 발휘하다 보니 한결 수월하게 일이 끝날 수 있었다.
오후 10시30분께 시어머니의 정성이 담겨있는 음식들이 한 가득 제사 상에 올랐다.
시아버지, 신랑, 시동생과 함께 조상님께 큰절을 두 번 올리고, 무사히 명절 제사를 마무리 지었다. 준비한 시간에 비하면 짧은 듯 했지만, 웬지 해냈다는 뿌듯한 마음도 슬금슬금 마음에 자리를 잡았던 것은 혼자만의 비밀.
시댁 식구들과 늦은 저녁 식사를 하는 내내 시부모님은 “덕분에 준비가 훨씬 빨리 끝날 수 있었다”, “결혼하고 나서 첫 명절 제사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다”고 얘기를 꺼내셨다.
“남편 잘 만나서 그런다”며 으스대는 신랑의 우스갯소리까지 만감이 교차했던 결혼 후 첫 명절은 무사히 잘 넘긴 것 같다. 그런데 벌써부터 내년 설 명절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글·사진=주정화 전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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