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혼 방송기자의 추석명절나기] 송정근 광주M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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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8-10-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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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 방송기자의 추석명절나기
처가로, 육아로 친구들 사라진 30대 미혼남의 추석
서른 중반되니 “결혼 언제 하냐?” 질문도 없어
연휴 인천공항 이용객들 보며 “나도 떠나고파”
가족과의 따뜻한 밥 한끼가 그나마 위안주는 듯
<사진설명>
30대 초반에는 추석 명절에 ‘결혼 언제 하냐’는 질문을 들으면 식은땀이 나곤 했다.
30대 중반이 된 지금은 그 질문마저도 듣지 않는다. 편하다고나 해야 할까, 씁쓸하다고 해야할 까.
사진은 지난해 명절을 맞아 가족들과 같이 떠난 제주도 여행 중 어머니, 동생내외와 함께
제주도에서 레일 바이크를 타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이번 10월 기자협회보의 주제는 추석이다.
각자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경험한 추석을 지면에 담는 것이다.
30대 미혼인 나는 30대 미혼 기자가 맞이하는 추석이라는 주제를 받았다.
참 난감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포털 사이트의 도움이라도 받아볼까 하고 다음을 열어 ‘30대 미혼남성’을 검색해봤다.
이런… 더 난감하다. 한국의 30대 남성 미혼 비율이 일본을 추월했다는 기사와 30대 미혼 남성의 알뜰살림 장만기, 미혼 남성의 한숨 등 원고를 쓰는데 도움이 안 되는 내용들이거나 가슴 한쪽을 찌르는 내용들 뿐 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지금까지 내가 추석을 어떻게 지내왔는지.
10대의 경우 친척 어르신들이 추석에도 설날처럼 용돈을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추석을 맞았던 것 같다. 그때는 용돈이 조금이라도 더 필요할 때였으니까.
20대일 때는 대학 생활은 어떤지 그리고 취업 준비는 잘 돼가고 있는지 등 주로 근황을 물어보는 친척들의 질문들이 나를 맞이했다. 그때까지는 질문의 중압감은 느끼지 못했다.
그럼 30대는 어땠을까?
30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직장 생활은 할 만 한지와 더불어 결혼은 언제 하냐는 질문이 훅 들어왔다.
특히나 두 번째 질문은 늘 나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식은땀이 났었다.
30대 중반인 지금은? 지금은 결혼에 ‘결’자도 안 나온다. 이제 물어보기도 지친 걸까? 아님 내가 결혼을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안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건지…
아무튼 지금은 결혼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그러고 보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추석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것이 있었다.
고향을 떠났던 죽마고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친구들을 만나서 술 한 잔 기울이며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그나마도 힘들어졌다. 결혼을 한 친구들은 장인 장모를 만나러 가야해 거의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렇지 않으면 육아 때문에 아내 눈치가 보여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다.
그래서 고향에 왔냐는 문자 한 통 전화 한통이 이제는 전부다.
이럴 때는 나도 빨리 결혼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내 마음 같지는 않다. 덕분에 북적 북적했던 과거의 추석과는 다르게 이제는 차분한 추석을 보내고 있다.
친구도 못 만나니 여행이라도 가볼까 생각했었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기에 이것 역시 쉽지 않았다. 근무가 발목을 잡았다.
5일 간의 연휴 기간 동안 근무가 이틀이나 걸렸다. 그것도 연휴 첫 날과 마지막 날.
그러니 이 계획도 고이 접어둬야 했다.
하지만 나의 처지와는 상반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번 연휴 동안 공항을 이용한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역대 명절 중에서 가장 많았다는 뉴스였다.
나도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그 이용객이 돼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예년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추석의 풍경이지만 그래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가족이다.
친구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만나진 못 했지만 가족과 조카들은 예전처럼 만났다.
산해진미를 차린 것은 아니지만 한 상에 모여 따뜻한 밥 한 끼를 같이 했다.
이래서 가족인가 싶다.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이렇게 추석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근무 사이사이 휴일도 있다 보니 재충 전의 시간도 주어졌다. 그동안 못 잤던 잠도 충분히 자고, 비엔날레 전시장에 가서 문화생활을 하고, 무등산을 찾아 체력도 키웠다. 나만의 방식대로 연휴를 즐겼다.
연휴 기간 동안 모 일간지의 한 칼럼이 SNS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추석이란 무엇인가가 그것이다. 필자는 추석 때 모인 친척들이 취직은 했는지, 결혼할 계획은 있는지 등 근황에 과도한 관심을 가질 때 평소에 직면하지 않았을 근본적인 질문을 신성한 주문처럼 외치라고 했다.
예를 들면 결혼을 언제할 건지 물어보면 결혼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외치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유가 주어질 것이라고.
웃음이 터져 버릴 만큼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 주문은 나에겐 이젠 필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제 이런 질문을 하는 친척이 없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씁쓸함이 느껴진다.
/글·사진=송정근 광주M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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