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아프지 않은 5월이 되길…” > 기획

본문 바로가기

기획

“더 이상 아프지 않은 5월이 되길…”

게시글 작성정보

profile_image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8-06-15 16:19
  • 조회수 6,013
  • 댓글수 0

게시글 본문

더 이상 아프지 않은 5월이 되길

7bbfd8e4a115edab99ceab88a583f457_1529047157_51.jpg 

지난 5·18 기념식에는 비가 왔었다. 참가자들은 모두 하얀색 비닐 옷을 입었고

기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문이 쉬는 금요일이지만, 기념식에 오지 않은 미디어는 없었다.

5·18이기 때문이다. 광주에 사는 모든 기자들의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

언제쯤이면 이 날에 가슴이 답답하지 않을 수 있을지,

그날이 오긴 오는지여전히 기자들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장아름 연합뉴스 기자

 

“5월은 참 아픈 달이지. 기자들한테 5월은 1년의 시작이자 절반이기도 하고.”

4월의 마지막 날 회사 선배로부터 들었던 이 말은 그대로 뇌리에 박혔다. 그리고 5월을 지낸 지금, 그 말에 백번 공감했다. 19805월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던 내게 낯설지만 또 익숙하기도 한 5·18민주화운동은 아픔의 기억에서 어려운 과제로, 또 다른 희망으로 다가왔다.

 

모두의 과제

2018년에 맞는 오월 광주는 남달랐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이 아닌 시간을 거슬러 해결해야할 진상규명이라는 과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3월 제정된 5·18특별법에 따라 오는 9월에는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돼 19805월에 일어났던 국가의 반 인륜적 행태 및 미해결 과제에 대한 진실과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425일에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광주정신포럼이 개최됐다. 취재차 방문한 포럼현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광주시민들의 관심이 쏠렸고, 각계 전문가들은 저마다 실체적 진상규명의 마지막 기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진상규명을 위해 정부의 역할, 군이 협조해야 하는 부분, 군의 문서 기록 관리에 대한 이해, 광주 현지의 과제 등 다양한 의견들은 한 자리에 모였고 담론을 형성했다.

특히 군의 의도적인 문서 조작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과 깊이있는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십분 공감했지만, 나에게는 손에 잡히지 않는 형상처럼 어렵게만 느껴졌다.

갑갑한 마음에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찾았다. 5·18기념재단과 기록관은 취재 기자들을 위해 전문가를 초빙한 족집게 교육을 마련했다.

군의 체계, 1980년 당시 계엄군의 광주 진입 경로 추측 등 새로운 시각의 분석과 다양한 이야기를 접했다. 이날 업무를 마치고 부랴부랴 교육에 참석해 공부(?)하는 동료 기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묘한 의협심(?)도 생겼다.

38년째 묻혔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준비는 앞으로 꾸려질 진상규명위원회만의 역할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우리 언론에게도 무거운 과제인 셈이다. 과거 기록을 발굴해 진실에 다가가야하는 작업은 모두가 눈여겨보고 귀기울여야하는 숙명으로 느껴졌다.

 

변화하는 5·18

언론사에 입사한 이후 맞이하는 5·18 기념식은 해마다 갈등, 소통, 공감이라는 의미로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2년 전 5·18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불허한 박승춘 전 보훈처장이 방문해 당시 격노한 광주시민들의 거센 항의가 있었다. 결국 발길을 돌린 박 전 처장의 모습, 제창하는 사람 따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 사람 따로 제각각이었던 길고도 짧은 기념식은 복잡한 마음으로 남았다.

지난해 치러진 기념식은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금지곡처럼 폄훼 당했던 노래는 모두가 손을 맞잡아 크게 불리워졌고, 희생자 가족과 문 대통령의 포옹은 한 맺힌 응어리를 풀어낸 순간이었다.

올해 기념식은 새로운 씨네라마 형식의 공연과 추모 분위기는 세대를 아우르는 데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 시절의 상황과 아픔을 생생히 재연한 공연을 보면서 나를 포함한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울었다. 그날의 울림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묵직하게 남았으리라. 그날 내린 비는 마치 오월영령의 눈물마냥 하염없이 쏟아졌고, 뜨겁게 느껴졌다.

이처럼 5·18 기념식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다가올 기념식들은 앞으로 성숙한 민주주의의 완성이자 희망의 상징으로 꾸며질 수 있길 간절히 바랐다. 이미 그 궤도에 올라가기 위한 준비는 시작됐다. 아직도 산재된 과제들은 우리에게 물음표로 남아있지만 마침표를 찍기 위한 준비작업에 많은 사람들이 고군분투 하고 있다.

결국 오월 광주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조심스럽게 오월 광주를 더이상 아픔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은게 솔직한 마음이다. 이제는 가려졌던 모든 것들이 명확히 밝혀져 서로 아픔을 보듬는, 역경을 이겨내 결국 승리한 치유의 역사로 기록되길 바란다. 그 마침표를 찍는 순간을 위해 나도 부끄럽지 않은 언론인이 될 것을 다짐해 본다.

앞으로 다가올 5월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오승지 광주매일 기자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관련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