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불효자는 웁니다 - 정의진 k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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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8-05-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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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불효자는 웁니다
항상 그 자리에 계신 부모님, 바쁘기만한 딸
전화통화로만 안부 묻는 아들… 늘 죄송해
#1. 지난달 아버지 생신 때였다. 올해로 7년차 기자인 김 모 씨는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여수로 여행을 갔다가, 늦은 밤 아버지께 연락을 했다. “고맙다, 건강 챙겨라.” 언제나 그랬듯 같은 답이 돌아왔다.
올해 어버이날은 전화통화로 대신할 예정이다. 사실 작년 재작년에도 그랬다. 생신이나 명절 등 가족 행사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상다리 부러지도록 음식을 차려 유난을 떠는(?) 것보다 전화 한 통이 낫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무던한 성격 탓으로 돌렸다. 연락을 잘 안해도, 신경을 덜 써도, 자주 못 만나도, 부모님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김 씨는 “아버지가 기자 생활을 하셔서, 바쁜 사정을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했다”며 “따로 표현을 하시는 성격도 아니어서, 더 소홀했다”고 털어놨다.
#2. 1년 전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기자 이 모 씨. 고등학교 졸업 이후 7~8년 만이다. 항상 그리웠던 품이지만, 요즘엔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며칠 전이었다. 이른 아침, 이 씨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밤새 사건 체크를 하며 잠 못 잔 자식 생각에, 이 씨 대신 출근길 운전대를 잡다 사고가 난 거다.
수습기자 때도 그랬다. 귀가 시간은 늘 새벽 2~3시쯤. 한두 시간 쪽잠을 자고 난 뒤, 다시 경찰서, 소방서, 병원 응급실을 갔다. 혼자는 아니었다. 부모님은 이 씨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새우잠을 자고, 함께 깼다. 부모님의 시계는 늘 딸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이 씨는 “차라리 따로 살았으면 부모님이 더 편했을 텐데, 나 때문에 기자의 삶을 사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최근 ‘어버이날’ 법정 공휴일 지정 여부를 두고 관심이 뜨거웠다.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쉬지 못하는 직장인들에게 어버이날은 죄송한 날”이라며 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이다. 직장인 대부분은 바쁘다는 이유로 비자발적인 불효자가 되고 있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효도하라며 공식적으로 쉬게 주겠다는 ‘어버이날’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일단, 내 불효를 정당화(?)할 핑계 거리가 하나 사라지는 기분이었고, 둘, 부담됐다. 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어버이날이 돼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결과적으로 일단 올해는 무산됐지만.
남의 ‘불효(?)’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 것도 비슷한 선상이다. ‘불효 연대’라고나 할까.
내가 장성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는 건 한 달에 한 번 정도다. 대외적으론 근무에다 바쁘고 쉬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듣기 싫은 이야기가 생겼다. 예컨대, 결혼 독촉.
며칠 전 찾았던 한 상갓집에서 지인에게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1년 12달, 앞으로 부모님이 30년 이상 사신다고 하면, 앞으로 볼 날은 360일 뿐이다. 1년도 채 안 된다”
‘부모님’은, ‘엄마, 아빠’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우리가 첫 걸음 떼고, 학사모를 쓰고, 기자가 되고 아이를 낳고, 병들고 늙어도, 늘 우리에겐 ‘엄마, 아빠’다.
오늘도 ‘고장난’ 시계를 차고 자식 새끼만 바라보는 우리네 부모님들. 그들의 시계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지금도 ‘째깍째깍’ 돌아간다.
/정의진 k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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