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도 출근하는, 엄마 기자로 산다는 건 - 주현정 무등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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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8-05-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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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도 출근하는, 엄마 기자로 산다는 건
어린이날 선물 보다 ‘엄마랑 같이 있고 싶다’는 아이
봄은 왔는데 기자 엄마의 마음은 왜 이리 무거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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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담고 있는 한 후원 송년회장에서 청년작가에게 선물받은 너와 나의 인생사진.
토요일이다. 다행이다. 일요일을 월요일로 사는 직업 탓에 빨간날이면 늘 아이에게 미안했는데, 이번 어린이날만큼은 온전히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어린이날 뭐할까?”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 회사 안 가? 그럼 엄마, 아빠랑 같이 있고 싶어” 예상치 못했던 답이다.
늦잠이나 늘어지게 자고 난 뒤에 대충 마트에서 장난감 하나 쥐어주고 외식이나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한 느낌이었다.
사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내 아이에게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은 ‘베이블레이드 버스트 갓(남자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팽이 장난감)’을 품에 안는 것만큼 신나는 일이다.
아이가 네 살 때 쯤 이었다. 일요일 오전 출근준비로 바쁜 내 앞을 아이가 가로막았다.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왜?”하고 물었더니, “엄마, 한 번만, 딱 한번만 놀자”하며 곧추 세운 검지를 애처롭게도 흔들어 댔다.
“미안해. 퇴근하고 와서 놀아줄게. 아빠랑 놀고 있어. 금방 올게” 한참을 어르고 달래고 나서야 겨우 진정이 됐다.
‘아, 이렇게 살아야 하나.’ 돌덩이가 가슴에 턱 주저앉아 좀처럼 내려가질 않았던 기억이다.
지금이야 좀 컸다고 빨간날 출근하는 엄마를 나름 쿨~하게 배웅하지만 그러다가도 “엄마, 깜깜해지기 전에 와야 해. 꼭”이라고 말하는 날엔 마음 한켠이 찡해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내 아이는 이제 겨우 여섯 살, 세상에 나온 지는 채 다섯 해가 안됐다. 백세시대를 감안하면 이제 겨우 20분의 1 정도를 산 셈이다. 내면이 건강하고 어떤 어려운 일도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의 사랑과 관심, 안정적인 가정에서의 보살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일하는 엄마, 아빠라고 하더라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 역할을 나눠줄 수 있겠지만 양가 모두가 지방에 살고 계셔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우리 부부에게는 아이의 주 양육자 역할이, 돈 버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주 양육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는 것이 말이다.
가정의 달 5월인데, 적어도 5월만큼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야 하는데, 취재일정은 왜 이리도 빡빡한지. 거기에 인사발령까지 겹치며 ‘워라벨’은 커녕 ‘워커홀릭’으로 살고 있으니….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특히 내 자신에게도 미안하다.
얼마 전 아이 유치원에서 ‘우리 가족 소개하기’ 시간을 가졌더란다. 아이는 스케치북 중앙에 엄마인 나를 떡 하니 크게 그려놓고는 자랑을 늘어놨다고 한다. ‘신문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엄마 회사에 가면 바쁜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단다. 그리고는 ‘우리 엄마, 아빠는 뭐든 잘 사줘서 좋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장난감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었나 싶다가도 어딘가 짠했다.
맞다. 죄책감이다.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씻기고 먹여서 재우기 바빠 아이와 ‘놀이’라는 걸 잘 못한다. ‘나인 투 식스(9시 출근 6시 퇴근)’도 제대로 안되다 보니 그 미안함을 늘 물질로 보상해왔던 터다. 아이의 장난감이 늘수록 엄마, 아빠와 함께 한 시간이 적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가정의 달 5월의 첫 날이다. 얼른 달려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여전히 난 회사다. 시곗바늘은 오후 6시30분을 훌쩍 넘겼다. 오늘도 지각이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아빠와 하원해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가 건넬 인사말이다. 뻔하다. ‘미안해’ 하고는 꼭 안아주는 것 말곤 답이 없는 나도 뻔하다.
이유 없이 설레는 봄이다. 꽃이란 꽃은 죄다 만개해 안 그래도 설레는 마음을 더 뒤흔든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무겁지? 아마도 일하는 엄마라서 그런가 보다.
/주현정 무등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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