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있는 삶… “눈치 안보고 연차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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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8-03-1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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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있는 삶… “눈치 안보고 연차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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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를 찾기 힘든, 기자들의 삶에서 ‘연차 휴가’란?
각종 현장을 매일 쉬지 않고 뛰어 다니는 기자들. 야간 취재는 당연하고, 때로는 쉬고 있다가도 지시가 떨어지면 현장에 달려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직종군이 바로 이곳다.
특히나 인력이 부족한 광주전남 지역의 기자들은 대부분 ‘워커홀릭’이라고 불릴 정도로 과중한 업무에 노출돼 있다.
그래서일까. 10년차 미만 지역 언론사 기자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주어진 복지 중 하나인 연차를 ‘휴가’라 적고, ‘눈칫밥’이라고 읽기도 한다.
연차 신청서를 올리기 전에도 몇 번이나 숨을 고르고 결심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에서는 눈치를 주지 않는다.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기자들의 현실을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사(편집국, 보도국) 여건상 각 부서별로 최소 인원으로 운영되다 보니 ‘짬밥(?)’이 낮은 후배 기자들은 휴가를 내려 해도 선배, 부장 눈치를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다.
‘내가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는 그것을 대신 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런 부담스러운 마음을 안고 여러 차례의 굳은 결심 끝에 불편한 마음으로 한자 한자 적어 올린 연차 신청서는, 결재 승인이 날 때까지 ‘하루만 갈 걸 그랬나?’, ‘뭐 하나 만들고(쓰고) 낼걸 그랬나?’ 등 각종 고민에 시달리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남의 얘기’가 되기 마련이다.
연차 휴가를 두고 회사마다 눈치를 보는 일도 있다. 각 언론사별로 연차 소진을 독려하고 있긴 하나, 기자들의 근속연수·직급에 따른 연차 사용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서로를 비교하기 마련이다.
현재 광주전남기자협회 소속 17개 지회 중 신문·방송·통신 등 절반가량이 연차소진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중 2017년 기준으로 100% 연차소진율을 보이는 지회도 있지만, 25% 미만의 연차소진율을 보이는 지회도 있다.
정기 휴가를 제외하곤 연차는 직급에 따라 최소 1~2일, 최대 14일까지 사용 가능했다. 일부 지회에서는 연차 소진을 못했을 경우 보상금 개념의 수당을 지급하는 곳도 극히 드물지만 존재하긴 했다. 물론 속사정이 있는 것은 별도의 이야기다. 확실한 것은 지역 17개 지회 소속 기자들 중 상당수가 연차를 다 쓴다는 생각은 아예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력이 절대 부족한 제작 환경에서 하루 연차를 내는 것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인데, 10여일을 쓰는 것은 동료들에 대한 민폐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A사의 3년차 기자는 “인권과 노동의 사각지대가 바로 언론사라고 생각한다. 남들 쉴 때 일하는 대신 연차를 활용하면 좋은데 그것마저도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며 “자연스럽게 연차를 쓰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고 다른 직종 근로자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도하기 이전에 그 노동자 속에 기자들도 포함돼 있다는 걸 회사 간부들도 생각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언제쯤이나 광주전남 기자들은 쉼표있는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눈치 안보고 연차 씁시다”라고 당당히 외칠수 있을까. 서로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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