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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하루] “제목 틀리지 않고 강판 1등 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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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8-02-21 14:19
  • 조회수 6,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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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틀리지 않고 강판 1등 하게 해주세요


츤데레사수 밑에서 25개월, 힘들고 지치지만 항상 보람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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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자라고 하면 제일 먼저 취재, 보도기자를 떠올린다. 그 다음은 사진이나 카메라 기자다.

그러나 기자에는 한 분야가 더 있다. 바로 편집기자다. 기사가 지면에 나가기 전 꼭 거쳐야 할 부서이며 활자의 시각화를 담당하는 부서다.

광주일보 편집부에서는 전산팀원까지 포함해 10명이 일하고 있다. 편집기자 한 명당 2~3개 지면을 편집하고 있다. 나는 3개 지면을 편집하고 있다. 매일 고정적으로 편집하는 지면은 문화 2면이다.

광주 시정기사와 외신 기사가 들어가는 면을 번갈아 제작하고 요일별로 의료·교육·복지·환경·과학·부동산·창업 등을 주제로 한 기획면을 맡고 있다.

편집부에 들어온 지 25개월이 되간다.

기사 첫머리만 읽어도 그럴듯한 제목이 나오는 어엿한 편집기자가 돼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선 2단 기사 제목 뽑는데도 터덕거린다. 이럴 때 나의 사수마성만 부장이 등장한다. 후배가 마감이 임박해 고통스러워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그가 다가온다. 무심한 척하면서 햇살 같은 조언 한 마디 던지고 가는 츤데레가 마 부장 스타일이다.

제작이 완료된 지면을 윤전 인쇄 공장에 보내는 강판 시간을 넘겼을 때 한 선배가 다가온다.

기사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편집국장의 승인까지 난 지면을 개판하는 과정은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간다.

이럴 거면 강판 시간을 왜 만들어요?’라는 말이 목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선배의 얼굴을 보면 벼르던 잔소리는 작은 푸념으로 끝나고 만다.

근래 내가 맡고 있는 기획면의 레이아웃과 그래픽 부분이 아쉽다는 지적을 들었다. 한마디로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오후 내내 3개 면을 겨우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힘들다. 독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려면 풍부한 사진과 자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취재기자와 미리 논의를 해야 하는데 인력난을 겪는 취재부서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취재기자와 신문 제작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 드물어지는 현상이 그 방증이다.

24개 모든 지면을 윤전부로 보내는 때는 오후 8시 남짓이다. 지면과 씨름하고 손 털고 나면 넓은 편집국에 편집부만 남아있는 때가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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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판기로 신문을 편집하고 있는 백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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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편집부는 독자에게 최대한 친절하고 쉽게 기사를 전달하는 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지영 차장, 백희준() 기자, 김용환 부장, 마성만 부장,

유제관 부국장, 정재경() 부국장, 임은정 사원, 임수영 차장, 유영주 사원.


정신없이 보낸 한주를 마친 목요일 밤. 모 선배가 퇴근하는 무리에서 뛰쳐나와 사무실로 되돌아갔다. 뭔가 찜찜하기 때문이란다. 아니나 다를까. ‘6·13 지방선거‘6·4’ 선거로 제목을 잘못 뽑은 것이 확인됐다.

지난 2014년 수없이 ‘6·4 선거를 제목에 올렸을 것을 생각하니 그럴 법도 하다. 편집기자의 습관이 이렇게 무섭다.

신문이 인쇄되기 전에 윤전부에 전화부터해서 작업을 멈춰놓았다. 서둘러 제목을 고치고 서너 번 더 확인한 다음 고친 지면을 전송했다. ‘틀린 제목으로 다음날 신문이 나온다면상상만 해도 소름 돋는다.

좋은 편집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명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쓸 것’, ‘약자의 편에 서서 생각할 것등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요건이 있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취재기자, 데스크 등을 거쳐 기사가 출고되고, 편집된 지면은 편집부 데스크, 제작국장, 편집국장 등 삼중, 사중의 확인 절차를 거치지만 위험은 어느 곳에나 도사리고 있다.

멋진 제목은 언감생심, 오늘도 빌어본다. ‘제목 틀리지 않고 강판 꼴등나지 않게 해주세요.’

/백희준 광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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