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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후기] 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 - 양창희 KBS 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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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8-02-2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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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

 

양창희 KBS 광주 기자

 

954693271d9b0b73fadcc6157781742c_1519189858_51.jpg<사진설명>KBS 광주 기자들.

  

사진을 참 많이도 찍은 다섯 달이었다. 반팔을 입고 손부채로 더위를 쫓으며 파업 출정식을 치렀던 여의도. 가을 하늘 아래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쳤던 충장로. 칼바람에 몸을 떨며 울분을 토해냈던 광화문 광장, 떨어지는 눈송이와 함께 파업 승리 기자회견을 연 KBS광주총국 사옥, 사진 속 배경은 순식간에 여름을 지나 가을로, 또 겨울로 바뀌었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같았다. “다시 KBS, 국민의 방송으로!” 142일 동안 이어진 파업의 기억이다.

계절을 세 번이나 보내야 했던 이유는 자명하다. 공영방송이 앓던 병이 그만큼 깊었기 때문이다.

언론 장악에 열과 성을 다했던 지난 정권들을 거치며 국민의 방송은 힘없이 무너져 갔다. 뉴스의 날은 무뎌졌고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도 뒤처지면서 영향력은 급락했다. ‘말 잘 듣는 사람들은 요직에, ‘삐딱한 사람들은 한직에 배치됐다. 조직 안팎의 문제는 켜켜이 쌓여 눈덩이처럼 불었다. 다섯 달 만에 끝낼 수 있던 걸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정도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다. KBS가 주춤주춤하며 뒷걸음질하는 사이 경쟁사들은 이미 저만치 달려가 버렸다. 선의의 경쟁을 벌이기에도 너무 벌어진 격차다. 그동안 시청자들이 깊이 찍어 놓은 낙인을 지울 수 있을까. 다시 언론다운 언론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지역총국의 고민은 더 깊다. 인력과 예산마저 분배되지 못해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승리감보다 불안감이 더 크지만 모처럼 온 기회를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다. 파업을 지지해 준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공영방송이 될 것이다. 백화점식 뉴스보다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는 뉴스를 만들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청자를 먼저 생각하는 방송을 할 것이다. 세 번의 계절을 지나 다시 봄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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