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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연수기] 야수들 소굴서 난 또 술독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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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7-04-12 15:52
  • 조회수 7,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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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상 수상자 베트남 연수기]


야수들 소굴서 난 또 술독에 빠졌다



불의의 부상 땜통 "나대지 말걸"
예술혼 불태운 '단톡 사진전'
'광주 송중기' 국제 결혼 위기?



#Scene 0321. 소문은 진실을 강요했다


여행을 가기 전부터 부담감이 쌓여갔다. 이상한 소문들이 흘러다니고 있었다.

"소주를 병째 마신다며?", "콧구멍으로도 마신다며?", "소주에 밥 말아먹는다며?"

안될 일이었다. 그냥 그런 술고래로 기억될 순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날 내버려두지 않았다. 여행 첫날, 긴 여정의 피로로 모두가 잠든 밤 박재욱(광주MBC), 김재정(광주매일신문), 오광록(광주일보), 도철원(무등일보) 야수같은 네 선배들은 음흉한 미소와 함께 소주팩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이제 소문이 진실이 돼야만 모두가 행복할 상황이었다.
결국 마셨다. 마시고 또 마셨다. 계속 마셨다. 여행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함께한 네 선배는 이게 여행이라고 했다.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Scene 0322(1). 그의 뒷태는 하태하태!


술을 진탕 먹고 일어난 아침, 함께 방을 쓰는 박재욱 선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지? 숙소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피던 그때 저 멀리서 선글라스를 끼고 야하디 야한 쫄쫄이 바지를 입은 그가 헉헉대며 뛰어왔다. 누가 봐도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데 그는 쿨내를 폴폴 풍기며 소리쳤다.

"열바퀴 더!"

핫한 뒷태를 뽐내며 그는 그렇게 매일 아침 뛰었다.


#Scene 0322(2). "나대지 마라"


같은 사무실의 J는 종종 입꼬리 한 쪽을 치켜 올린 채 나를 흘겨보며 읊조린다.

"나대지 마라"

여행 이틀째, 선반에 머리를 부딪쳤다. 혹시 몰라 병원을 찾았는데 찢어진 부위가 있어 꿰매야 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에어컨도 없는 응급실 침대에 누웠다.

'싹둑' 머리카락이 잘려나갔다. 땜통이라니…'따끔' 마취주사에 잘 참았던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눈을 감으니 J의 읊조림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대지 마라"


#Scene 0322(3). 약은 약사에게 사진전문가에게


관광 일정이 시작되면서 모두들 멋부려 찍은 사진을 단톡방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사진을 올리기가 수줍어졌다.

분명 필요 이상의 고퀄리티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시작은 연합뉴스 박철홍 선배였다. 그가 올린 사진마다 극찬이 쏟아졌고 그가 사용한 어플리케이션을 모두가 다운받기 시작했다.
왕년에 사진 좀 찍었다가 장가가기 전 장비를 싹 팔았다던 김재정 선배는 간만에 예술혼을 불태웠고 막내 남도일보 남성진 기자는 필름 카메라까지 꺼내 아날로그 감성을 뿜뿜했다.


#Scene 0322(4). 광주에서 온 송중기 다낭 여심을 훔치다


구릿빛 피부와 견고한 떡대로 남성미를 뽐낸 남성진 기자. 수줍은 미소와 한껏 패인 보조개로 미소년의 매력마저 갖춘 그였다. 김미은(광주일보), 장지영(광남일보) 두 선배는 그에게 호위 무사의 작위를 내리고 호이안 투어를 수행케 하는 등 무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여심 저격엔 국경이 없었다. 바나힐을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우연히 베트남 여성들과 합석하게 되자 박희중(광주매일신문) 단장님이 즉석 중매에 나섰다.

"헤이 유, 메리? 싱글? 히 이즈 코리안 송중기, 원빈 오케이?"

정적 그리고 웃음소리. 비웃음은 아니었길… 아니었으리라. 광주에서 온 '송중기' 남성진 기자의 얼굴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단장님의 신들린 중매는 그칠 줄 모르고….

"히 이즈 리치, 베리 리치… 유 싱글, 히 싱글 커피데이트 오케이?"

또 다시 찾아온 정적. 모두가 부끄러웠던 30분이 지나고 케이블카에서 내린 광주 송중기는 사라졌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Scene 0323. KBS는 묵언수행 중


KBS 김기중·이승준 선배. 적은 말수와 수줍은 미소로 서태지 이후 최고의 신비감을 자아냈다.

술이 한 잔 들어가면 수다쟁이로 급변신해 군대 이야기부터 술술 나오던 예비역 중위 출신 이승준 선배와 달리 좀처럼 술도 취하지 않는 김기중 선배의 음성을 듣는 것은 한 방울씩 떨어지는 고로쇠 수액보다 귀했다.

마지막 밤. 그런 그가 건배사를 위해 입을 떼자 건배사가 끝나기도 전 누군가 외쳤다.

"터졌다. 드디어 터졌다"


#Scene Ending. in 광주


즐거웠던 기억들을 한 가득 써 내려가다 보니 지면의 부족함이 아쉬울 수 밖에…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는 일상 속에서도 이번 여행의 기억이 호이안 거리의 영롱한 등불처럼 서로에게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길 바라봅니다.


-김재현 kbc광주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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