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인권활동가 워크숍 -정대하 한겨레신문 기자 "여건 다르지만 열정·사연 공유로 연대"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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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7-02-1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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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2016년 광주인권상 수상자인
마리아 친 압둘라 베르시2.0 대표에게 상패를 수여하고 있다.(사진 위)
김양래 이사와 정대하 한겨레 신문기자(오른쪽), 아시아 인권활동가들이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아래)
[亞 인권활동가 워크숍] 정대하 한겨레신문 기자
"여건 다르지만 열정·사연 공유로 연대" 다짐
각국 인권 탄압 실태 생생한 고발
"국가폭력 맞선 광주는 모범의 역사"
인권에 대한 무지·편견 깨운 계기
광주, 민중투쟁 지지하는 '빛' 돼야
처음엔 스팸 메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베르시(BERSIH)'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베르시2.0은 말레이시아 95개 시민단체가 참여해 꾸린 연합기구다. 반가운 마음으로 메일에 첨부된 피디에프 파일을 열었다. 베르시2.0의 소식지였다. 말레이시아의 녹록치 않은 정치적 상황 속에서도 변화를 위한 베르시의 활동이 담겨있었다. 읽는 순간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지난해 10월19~2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5·18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아시아 지역 인권활동가 초청 워크숍'에 동행했다. 5·18언론상 수상자에게 주는 부상이었다. 아시아 여러 나라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입헌군주국인 말레이시아는 13개 주로 구성된 연방국가로, 내각 총괄 총리는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돼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해광주인권상 공동수상자가 5월18일 광주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려고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나갔으나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일었다.
쿠알라룸푸르 한 호텔의 시상식장에 선 마리아 친 압둘라(60) 베르시2.0 대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여성 시민운동가였다. 베르시2.0은 2007년 11월 부패 비리를 폭로하고 대규모 시위를 통해 이듬해 총선에서 집권연합의 3분의 2 의석 확보를 저지하는 등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베르시2.0이 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주도하자 정부가 대표인 그에게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리아 친 압둘라 대표는 "정부가 출국금지 조처를 하면서 오히려 말레이시아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 밖으로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광주인권상 시상식 154일만에 상금과 상패를 받은 그는 "사회와 정치의 변화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활동가들과 야당 인사들은 여전히 악법과 정부의 각종 탄압에 직면하고 있다. 마리아 친 압둘라 대표는 "SNS를 통해 나와 세 아들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성 합성사진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아들의 승용차에 페인트로 글씨를 써놓는 등 테러 위협에 직면해 경찰서에서 진술하느라 둘째 날 워크숍에 참석하지 못했다. 참석자들은 워크숍이 끝난 뒤 쿠알라룸푸르의 경찰서를 찾아가 테러 위협을 규탄했다.
토론회가 이어졌다. 5·18재단이 개최 비용을 지원하고 말레이시아의 베르시2.0, 수아람 등 2개 시민단체가 토론회를 '조직'했다. 아시아 10개 나라 인권활동가와 광주인권상 수상자 9명 등 6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을 광주로 초청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아시아 현지에서 행사를 열어 5·18기념재단이 참석하면 비용이 절감된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 지역 워크숍에 참석한 이들은 각 나라의 인권 탄압 실태를 생생하게 고발하고 진지하게 토론했다.
헌법·제도·선거 개혁과 인권 등을 테마로 말레이시아·필리핀·동티모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민주주의 위기 상황을 알리고 토론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인도네시아 여성 인권 변호사의 손에 난 흉터가 잊혀지지 않는다. 상처는 인도네시아 한 섬에서 인권 활동을 하다 괴한들에게 당한 '정치 테러'의 흔적이라고 한다. 내전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실종돼 '죽은 인권의 사회'로 알려진 스리랑카 현지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각 나라마다 서로 여건은 다르지만 투쟁의 열정과 사연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연대하자"고 다짐했다.
아시아 인권활동가들은 한결같이 '광주=희망'이라는 말을 자주 건넸다. 국가 폭력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싸워온 한국과 '광주'가 "부럽고 모범적인 역사"라는 것이다. 인도 인권변호사 바블루 로이통밤(43)은 "정부군의 반인권적 행태에 항의하기 위해 최근까지 무려 16년 동안 단식투쟁을 했던 인권운동가 이롬 샤르밀라(43·2007년 광주인권상 수상자)가 내년 지방선거에출마하기로 했다"며 "광주인권상이 큰 용기를 줬고, 상금은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은 1980년 5월 이후 광주와 전국에서 참여한 진상규명 투쟁의 역사를 다룬 50분짜리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상영했다. 다큐멘터리 마지막 부분엔 아시아 민중들이 투쟁의 현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장면이 나왔다. 뭉클했다. 마지막 날 호텔 앞 식당에서 열린 뒤풀이 때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인도네시아 한 인권활동가가 그네들 지역의 민요를 답가처럼 애닯게 불렀다.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지만, 공감이 됐다.
쿠알라룸푸르 워크숍은 나의 무지와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 그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아시아의 인권 상황에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기자가 됐을 것 같다. 그들을 만나면서 5월 광주가 고립됐을 때 학살의 진실을 세계에 널리 알렸던 이 들 중엔 외신기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그리고 이젠 광주가 아시아 민중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작은 빛'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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