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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숯향 닭꼬치에 폭탄 한방 "스트레스 날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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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6-07-06 16:36
  • 조회수 7,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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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숯향 닭꼬치에 폭탄 한방 "스트레스 날아가요"



광주일보 단골집
동명동  '꼬치&닭갈비'



다리 살만 골라 숯에 구워
육즙 밴 나무도 먹을 기세


한개 단돈 1500원
닭 잡고 오리발 낼 일 없소



그대도 비가 오는 날엔 조용한 술집이 그리운가요. 비 오는 날 묵인되는 표정이 맑은 날보다는 더 많은 것 같아요. 꼭 웃지 않아도 "비가 오니 살짝 얼굴을 찌푸렸군",  우산만 살짝 어깨 너머로 밀어내도 "빗물이 얼굴에 묻었군" 정도로 남들이 생각할 수 있을 만큼은 울 수 있으니깐요.


그대도 그런가요. 이런 날이면 생각나는 술집이 참 많아요. 그냥 혼자 와서 술을 마셔도 좋고, 떼로 몰려와도 좋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먼저 도착해 앉아 있으면 꼭 누군가 아는 얼굴이 찾아들어 올 것 같은 그런 곳. 대부분 이런 곳은 유심히 봐야 보이는 고만고만한 위치에, 그저 그런 이름을 달고 자리하더군요. 무심히 고개를 떨구면 순간, 눈에 띄는 길섶 강아지풀이나 패랭이꽃처럼.


조금은 식상하지만 들꽃 같이 작은 이곳의 이름은 '꼬치 & 닭갈비'. 광주시 동구 동명동, 조선대학교 인근에 있어 흔히 '조대 닭꼬치'라고 부르는 곳이죠. 역시 그대는 이름만 듣고도 눈치를 채시는군요. 탁자 4개가 간신히 자리를 잡고 있는 이 집에는 덩치 큰 남자와 작은 몸집의 그의 아내가 닭꼬치를 팔아요.


생닭을 통째 굽다가 잘게 잘라서 내오는 닭갈비와 돼지고기와 야채를 잘 치대 구운 떡갈비도 있는데요, 오늘은 그냥 닭꼬치 이야기만 할게요.


닭꼬치는 가스레인지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참숯으로 굽는 '숯불구이 닭꼬치'이며, 생닭의 다리살만 정성스럽게 손질해서 써요. 또 일일이 손으로 닭살과 양파를 순서대로 끼워 느끼한 맛도 잡았어요. 잘 섞인 칵테일에 체리 하나 올리듯 마지막으로 떡하나 끼우면 이제 굽는 것만 남았어요.


매일 새벽 부부는 사이좋게 닭꼬치를 만드는데, 글쎄 이 집 안주인 손에는 참기름이 묻었나 봐요. 어찌나 그 맛이 달콤하던지요.


이게 다가 아니죠. 좁은 이 집에서 움직이는 것도 신기할 정도로 덩치가 큰 남편이 숯불을 피워 육즙이 질질 흐르게 닭꼬치를 구워내는데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고소하고, 어찌나 맛나게 구워내는지 잠깐 정신을 놓다 보면 닭꼬치 양념이 밴 대나무 꼬치도 먹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해요. 닭꼬치 하나에 단돈 1500원. 배 터져도 나는 몰라.


군침이 돌 무렵, 술이 빠지면 안되겠죠. 이곳에서는 소주와 맥주도 병당 3000원이면 마실 수 있어요. 술잔이 한 두 잔 돌 무렵, 운이 좋으면 이 집 주인네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요. 이 집 아저씨는 한 때 직원만 30명이 넘던 탄탄한 중소기업 사장님이었어요. 근데 사업이 힘들게 돼 광주로 내려와 노점을 하며 이 집을 차리게 됐죠.


그대여, 그러니 술 냄새만 나도 집에 안들어 갈 핑계를 찾는 광주일보 주당들이 이곳을 모른 척 하겠나요. 수년 전부터 한 두 명 드나들더니 이제는 심심찮게 서로 마주치는 단골이 됐죠. 2명이 가도 좋고, 부서별로 가도 좋고, 어쩌다 닭꼬치만 사서 집에 가서 먹어도 좋고, 술에 취해 성공과 실패와 재기를 거듭한 이들 부부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고.


혼자 술을 먹어도 남루하지 않은 곳이지만 모처럼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 광주전남기자협회 협회보에 실을 사진을 찍자며 광주일보 주당들이 이 집에 몰려들었네요.


오늘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대가 오신다면,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읊조리며 이 작은 곳에서 슬픔과 희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 만든 생생한 '생닭꼬치'를 앞에 놓고 그대를 기다릴테요.


-오광록 광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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