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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봄’ 위해…진상규명 기회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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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4-05-29 15:44
  • 조회수 1,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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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봄위해진상규명 기회 놓치지 말자 

 

44주년 5·18 ‘언론의 약속

, 5·18 개헌 언급 없어

왜곡 투성 진상보고서 실망

불의 맞서 지면·영상에 표출

오월의 진실 기록 이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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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이었을 것이다. 5·18 취재팀에 처음 배속된 것이.

당시에는 광주지역 미디어별로 오월이 되기 전부터 특별취재반을 꾸렸다.

취재반 구성도 생각보다 다양했다. 주로 사회부장이 리더를 맡고 시청 출입 기자를 필두로 사회부원들과 사진기자들이 배속됐다.

그러나 특별취재팀은 전야제나 기념식 혹은 각종 오월 관련 돌발사태에 대응하는 조직일 뿐이었다. 실제 각 사의 오월 핵심 기사는 사회부원들이 구성하는 기획특집이었다.

, 광주에서는 매년 오월이 되면 발생 건에 대응하는 특별취재팀과 기획기사팀 2개가 동시에 움직였던 것이다.

취재 스케줄도 빡빡했다. 51일부터 이곳저곳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정부 행태에 대해 항의가 쏟아졌고(다행히 2003년에는 좀 덜했다) 각종 성명 발표와 행사, 책임자 처벌에 대한 분노 등이 수시로 터져 나왔다. 전야제의 경우 지면 게재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취재반이 자리했고, 막내 기자들은 그 자리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떠야 했다. 취재팀에 참여하지 않는 선배들은 고생하는 후배 기자를 위해 저녁에 나와 밥을 사기도 했고, 518일 저녁 마감 후에는 의무적으로 술을 마시는 게 당연했다. 그 기간 광주를 가득 메운 설움과 억울함, 한이 화장지에 잉크 스며들 듯 어린 기자들 가슴에 와 닿았고, 대부분은 내가 정말 무지했구나라는 지독한 반성이 뒤따랐다. 이런 현상은 전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광주·전남 언론만의 특징이기도 했다.

실제로 선배 기자 중에는 5·18 유공자도 있었기에 이 지역에서 기자가 되려면 오월에 대해서는 반 전문가 수준이어야만 한다는 무언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이런 일이 중첩되다 보니, 어느 해는 4월부터 심장이 두근대고, 긴장감으로 인해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곧 진실이 드러나고, 책임자들이 처벌을 받고, 광주의 한이 풀릴 것이라는 희망은 항상 있었다. 한때는 내가 부장쯤 되면 이런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2024년 현재, 그때와 달라진 것은 크게 없다. 3년 연속 윤석열 대통령이 광주를 찾았음에도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고 있다.

어디 이뿐일까.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여러 번의 요구 끝에 못 이겨 내놓은 개별조사보고서는 지역민들을 분노케 했고, 그 보고서를 분석하는 데 지역 기자들 7명이 자원하기도 했다. 본디 기자는 플레이어가 되어서는 안되지만, 그 순간에는 기자가 아니라 광주를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모두 비장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품에 안았다. 그 자리에는 필자도 있었다. 보고서 전부를 합치니 대백과사전 3개 분량이었다. 그중 왜곡이 가장 많은 군경피해를 검토했다.

불과 며칠간의 검토만으로도 잡아낸 심각한 오류와 왜곡은 여러 개였다.

이해도 안 되고 맥락도 없는 결과 투성이었다. 그 보고서엔 광주시민은 없었다. ‘폭도만 있었을 뿐이었다. 이것을 국회에 올리겠다는 조사위의 저의까지 의심스러웠다. 검토했던 다른 기자들도 같은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분노는 곧 지면과 영상으로 표출됐다.

누군가는 오월과 관련해서 지역 기자들이 내뿜는 분노를 의아하게 생각한다. , 명예가 생기는 것도 아니며, 특종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친분이 있는 한 서울기자는 가끔 광주에 내려오면 묻는다. “너희들이 말하는 오월 정신혹은 광주 정신이 뭐냐?”

그때마다 필자는 말했다.

세 가지로 압축하면, 첫째는 불의에 맞서 항거하는 분노고 두 번째는 위기와 공포 속에서도 주변에 손을 내미는 인간애이며 세 번째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끈질긴 믿음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공통분모는 바로 주체가 민중이자 평범한 국민’, ‘대한민국의 진짜 주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권력자도 만들어낼 수 없는 정신, 그게 바로 오월 정신이다.”

다시 또 오월이 지나갔다.

이번에도 지역의 기자들은 헐떡대며 현장을 뛰어다녔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면과 영상의 글자는 항상 빈약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내년에도 수첩을 쥐고 4월부터 현장을 뛸 것이다.

그것이 광주와 전남의 기자들이며, 오월 정신을 가지고 있는 언론인들의 모습이다. 그렇기에 오는 6월 조사위가 국회에 제출하는 보고서부터 부디 냉정한 눈으로 지켜봐 주길 바란다. 광주·전남에서 쓰고 보여주지 않으면 왜곡하는 무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 꼴은 우리가 두 눈 뜨고 볼 수 없지 않겠는가.

노병하 전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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