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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야기] “아빠 바보 이준아, 엄마 복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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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9-04-17 14:30
  • 조회수 3,410
  •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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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워킹맘 신고 

 

아빠 바보 이준아, 엄마 복직한다

 

아들에게 순위 꼴찌 엄마, 15개월 만에 일터로

 우리 회사 식구들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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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6순위로 여기는 우리 아들. 자고 일어나서, 배고플 때, 무섭거나 놀랐을 때,

아프거나 힘들 때, 잠잘 때면 나만 찾는 매미인 이녀석을 두고 워킹맘의 자리로 가야 하니

마음이 쓸쓸하다. 하지만 돌아갈 내 자리가 있다는 것이
내게도 나중의 아이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시 다잡는다.


압빠! 아빠!”

남편이 퇴근하고 오니 아빠를 부르며 현관까지 쌩하니 달려 나간다. 아직 엄마는 정확히 말할 줄도 모르면서 아빠는 기가 막히게 부르는 우리 아들.

1순위는 아빠 2순위부터 5순위까지는 친할아버지와 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6순위가 바로 엄마인 나다. 아빠나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안겨 있으면 엄마에게 오라고 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오라고 할 때는 오지도 않으면서 내가 설거지를 하거나 음식을 만들 때면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리고, 화장실에 가면 와다다다 쫓아와서 어찌나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우는지.

또 자고 일어나서, 배고플 때, 무섭거나 놀랐을 때, 아프거나 힘들 때, 잠잘 때면 나만 찾는 매미다.

야 너 엄마 배 가르고 나와서 아빠를 더 좋아하냐!”

어떨 땐 서운해서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볼멘 소리하지만 잠 잘 때면 곧게 뻗은 내 팔을 베고 품에 안겨오는 아이를 안고 있으면 웃음이 샐샐 새나온다.

외동의 운명을 타고 난건지(엄마와 아빠의 바람이지만) 혼자서도 잘 노는 아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귀여워서 볼을 꽉 깨물 때도 있고 뽀뽀를 할 때도 있다. 아이의 발바닥은 내 최고의 뽀뽀 상대다. 매일 발에 코를 대고 꼬순내를 맡기도 한다. 남편은 이런 나를 보고 변태라 놀린다. 나도 내가 이렇게 변할 줄이야.

결혼하기 전에도 그렇고 결혼해서도 아이들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이준이를 배에 담고 있을 때도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아 새로운 장기가 하나 생긴 기분일 뿐이었다.

이준이를 낳은 날에도 제왕절개를 한 덕에 회복실에서 아이를 처음 봤는데 내가 낳은 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못생기기는 얼마나 못생겼고 빨갛기는 어찌나 빨간지 신생아 때는 아이 사진도 많이 안 찍었다.

나는 아이를 낳아도 모성애라는 게 안 생기는 건가?’

나에 대한 의심으로 가득 찬 채, 마치 하루하루 기사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내가 해야할 일이라 생각하고 아이를 키웠다. 울면 우유주고 응가하면 기저귀 갈고 씻을 시간 되면 씻기고. 이준이는 이런 나를 위해 세상에 나온 듯 순하디 순한 아기였다. 밥만 잘 챙겨주면 잘 울지도 않고 방긋방긋 웃어주는 신생아였다. 2~3시간마다 깨서 밥 달라 울던 이준이는 50일이 좀 넘자 밤에 7~8시간 이상을 자주는 통잠이라는 것도 자주는 효자였다.

그렇게 시간이 하루, 이틀, 삼일 가니 50일이 되고 100일이 됐다. 점점 사람다워지는 이준이가 얼마나 예뻐보이는지. 사람다워져 그런 건지, 점점 내가 엄마가 되어가서 그런 건지 알 순 없지만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들었다. ‘나도 엄마구나하는.

이제 좀 엄마가 된 것 같은데 또 워킹맘이라는 자리에 적응해야할 때가 왔다.

놀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이렇게 여유롭게 하루 내내 같이 있어줄 시간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슬프기도 하지만 돌아갈 내 자리가 있다는 것이 내게도 나중의 아이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시 다잡는다.

“15개월 동안 우리 회사 식구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초보 워킹맘 많이 예뻐해주세요. 저도 워킹맘은 처음이라 그래요. 그리고 이준아! 엄마도 퇴근하고 오면 엄마 부르면서 달려와 줘!”

(이 기사는 지난 2월에 송고 받아 4월호에 게재 됐습니다)

/김혜진 무등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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