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취재기] "'어꾼'<감사합니다>이라뇨…진짜 행복 배운 제가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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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7-12-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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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상)> 무등일보와 사랑방미디어는 캄보디아 깹이라는 도시의
한 초등학교에 해외 1호 공부방을 조성했다.
<사진설명(하)> 현지 초등학교 교장과 인터뷰하는 모습. 덥고 습한 날씨 탓에 꼴이 말이 아니다.
[캄보디아 취재기]
"'어꾼'<감사합니다>이라뇨…진짜 행복 배운 제가 고맙죠"
무등일보·사랑방미디어
'해외 1호 공부방' 조성
컴퓨터 지원·진료봉사까지
'동정 하지 말자'. 캄보디아 일정을 앞두고 가장 많이 했던 다짐이다. 그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자신들의 삶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나를 보며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고 오해할 수 있어서였다. 혹시나 자신들의 삶을 불행하다고 느끼며 마음의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우리보다 삶의 수준이 떨어지겠거니' 자만하게 생각했던 탓일까. 기자의 걱정은 노파심에 지나지 않았다. 아니, 틀렸다.
무등일보와 사랑방미디어의 첫 번째 해외 공부방이 조성된 캄보디아의 깹(Kep)주(州)의 깹(Kep City)은 뛰어난 풍광만큼이나 따뜻한 나눔의 정서를 가진 곳이었다. 파란 물감을 쏟은 듯 청명한 하늘과 신선한 바람이 선물한 맑은 공기 한 모금. 그리고 감사를 아는, 마음을 나눌 줄 아는 따뜻한 현지인들, 그래서 나누러 갔다가 도리어 참 마음을 배워온 일정이었다. 광주 사람들의 소박한 모임 사단법인 '세상을 이어가는 끈(이하 세끈)'과 함께 했다.
캄보디아 땅을 밟다
지난달 25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시계는 막 26일을 향하고 있었다. 공항을 나섰다. 무겁고 습한 기운이 먼저 반긴다. 설렌다. 실은 비행기에서부터 그랬다. '우리 비행기,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합니다.' 기장의 메시지를 듣는 순간부터 가슴이 뛰었다. '아이들과 처음으로 마주하면 어떤 기분일까'. 긴장됐다.
캄보디아에 도착했지만 도착지는 버스로 족히 3시간은 더 달려야하는 바닷가 마을. 이미 깊은 잠에 빠져든 프놈펜의 시가지를 지나 빛 한 줌 없는 깜깜한 33번 고속도로를 달렸다. 드디어 깹에 도착했다. 26일 새벽3시. 피곤이 몰려왔지만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이들과 마주하면 어떤 기분일까. 낯설어 하지 않을까. 말도 안 통하는데 괜찮을까' 꼬리를 무는 생각 탓에 잠을 설쳤다.
눈빛만으로도 충분해
첫 날 첫 일정은 공부방 행사. 숙소에서 버스로 달리기는 20여분. 비좁은 비포장도로 탓에 작은 버스로 옮겨 타 겨우 도착한 학교. 한눈에 봐도 낡은 콘크리트건물 2채가 전부인 아주 작은 앙 프놈 터치 초등학교다.
맑은 눈망울의 학생들이 운동장 가득 모여 있었다. 손을 흔들며 '쫌리업쑤어(안녕하세요)' 인사했다. 아직 낯설어 미소로만 화답한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시도했다. 쑥스러운지 도망치기를 몇 번. 누구에게 배웠는지 '안녕' 한국어 인사말까지 곁들여 금세 살갑게 군다. 언어는 언어일 뿐, 눈빛 교환만으로도 충분했다.
교실 1칸이 공부방으로 변신했다. 족히 십 수 년은 됐을 법한 책장에 새 책이 가득 꽂혔다. 그림책부터 영어, 수학, 현지어 교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변변찮은 책걸상이 없어 바닥에 앉아 책을 봤었다는 아이들을 위해 책상과 의자도 준비했다. 170여 명 전교생들이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책과 필기구도 전달됐다. 이중에서도 준비해 간 컴퓨터와 프린터가 가장 인기였다.
이 학교 교장 티스 판나는 두 손을 턱 밑에 합장하며 연거푸 '어꾼',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최신식 컴퓨터는 정말 귀한 볼거리다. 멀리 한국, 그것도 광주라는 도시에서 전해 준 따뜻한 마음 감사하다"며 "아이들이 광주에서 보내준 책과 컴퓨터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했으면 좋겠다"고희망했다.
이 학교의 최고 학년이라는 한 여학생은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검지를 곧추 세워 조심스럽게 키보드를 눌러보던 아이는 "태어나서 컴퓨터를 처음 봤다. 이걸로 공부해서 프놈펜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다"고 했다. 찡해져버린 마음에 아이의 머리를 여러 번이고 쓰다듬었다. 내 행동을 이해할리 없는 아이는 "커서 만나자. 언니 이름이 뭐냐" 별것 없다는 듯 말했다.
순간, '아 동정하지 말자고 했는데!' 의식하지 못했던 내 안의 자만했던 우월감을 다시 한 번 반성했다.
그리고 나흘 더, 진짜 힐링
이곳 아이들과의 1시간여의 짧은 만남 후 인근 훈센 깨오크로상이라는 이름의 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함께 온 '세끈' 단원들의 의료·예술·문화행사 봉사활동을 위해서다. '언제쯤이나 진료를 시작하나' 학생들과 주민들이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곧바로 본부를 마련하고 교실을 활용해 진료소를 꾸몄다. 아이들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 윤이나는 오래된 목재 책상과 의자가 진료대가 됐다. 치과, 안과, 통증의학과, 산부인과는 물론 약국까지 작은 종합병원 하나가 뚝딱 완성됐다.
충치 탓인지도 모르고 통증만 견뎠다는 이에게는 생애 첫 치과 치료를, 눈앞에 안개 낀 듯 불편한 생활을 했다는 이에게는 돋보기를, 반 년 째 눈 밑에 혹 키우던 6살 꼬마에게는 긴급 안과 수술을. 1개뿐인 공공병원조차 여유가 없어 맘 편히 치료 받을 수 없었다는주 민들은 연거푸 감사를 전했다.
처음엔 경계하는 듯 저만치 떨어져 바라보기만 하던 현지인들이 먼저 바투 다가와 앉는다. '예뻐요', '멋져요' 무심코 내뱉은 한국말을 곧잘 따라하며 금세 친구가 된다. 우리보다 조금 짙은 피부색, 커다란 호수를 담아 놓은 듯 맑은 눈망울로 지어주는 환한 미소가 참 순수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눈빛만으로 충분했다. 진짜 힐링은 이런거였다.
-주현정 편집위원(무등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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