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 팀장의 문화에세이-사기열전에 비견되는 '서민의 기생충 열전' > 지회소식

본문 바로가기

지회소식

임윤 팀장의 문화에세이-사기열전에 비견되는 '서민의 기생충 열전'

게시글 작성정보

profile_image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6-05-04 14:32
  • 조회수 5,186
  • 댓글수 0

게시글 본문



임윤 팀장의 문화에세이


사기열전에 비견되는 '서민의 기생충 열전'



새벽종이 울리면 동네 어귀를 쓸고 담장을 개비하던, 토요일이면 동네 별로 국민 학생들이 함께 모여 하교하던 새마을 운동과 애향단 활동이 왕성하던 1970년대, 기생충 박멸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대변검사 또한 빈번히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작은 비닐봉투와 노란 대봉투를 나눠주며 볼 일 본 증거물을 내라 하면 며칠 후 회충약을 타가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 중에 나도 물론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약을 복용하면 몇 마리나 나왔는지 그 개체수를 반드시 세어서 가야만 했다. 스물 여덟 마리나 나왔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회충, 요충, 편충 등 기생충이란 소릴 듣던 그 이름들은 추억의 이름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이 생명들이 다 사라진 건 아니다. 우리나라의 그 시절만큼 가난한 현재의 나라들은 여전하다.
여러 기생충과 함께 살던 시절을 알지 못하는 세대 혹은 그 시절을 이제 추억하며 이야기하는 세대 모두에게 이들을 잘 알 수 있도록 소개하는 책이 있다. 이름만큼이나 서민적인 외모지만 훌륭한 글쓰기를 뽐내는 기생충학자 서민 교수가 쓴  '서민의 기생충 열전'이 그것이다. 책은 기생충의 생식과 역사, 연구와 실험의 역사, 오해와 진실뿐만 아니라 각각의 기생충의 면면에 대해 낱낱이 밝히고 있다. 들어본 이름도 있지만 생전 처음 들어본 이름도 있을 것이다. 요충, 광절열두조충, 회충, 편충, 간디스토마, 와포자충, 간질, 서울주걱흡충, 장모세선충, 참굴큰입흡충, 스파르가눔, 메디나충, 톡소포자충, 선모충, 개회충, 감비아파동편모충, 유구낭미충, 말라리아, 심장사상충, 림프사상충, 폐디스토마, 회선사상충, 주혈흡충, 연가시 등이다.


얼마 전 타계한 신영복 선생은 추상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훈련이 공부라 했다. 추상력이란 복잡한 것을 간단히 압축하는 것으로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이며 상상력이란 작은 것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것으로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보는 능력이다. 이에 따라 상상력을 동원해 신적인 관점이나 큰 시선으로 바라보면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체에 기생하는 인간 또한 한낱 기생충에 지나지않을까?


기생충보다 더 못난 그런 존재. 왜냐면 기생충은 종숙주를 공격하지 않는다. 자기 삶의 터전인 인간을 공격하는 것은 자살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파괴와 난개발을 일삼아 인간의 종숙주인 지구를 죽이고 있다. 기생충이 사라지면서 인간의 면역계에 이상이 와서 아토피, 천식, 비염 등 알레르기성 질환이 늘어났다고 한다. 기생충이 나쁜 면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얘기다. 반대로 인간은 지구의 면역계 이상을 야기해 각종 이상기후와 온난화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인간이 멸종하지 않기 위해 지구라는 종숙주를 지켜야 하는 이유다.


새로운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채워 주는 것으로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끔 단초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이 책은 '사마천의사기열전'에 비견되는 책이라고 생각하며, '서민의 기생충 열전'의 일독을 권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문화홍보팀장

첨부파일

2개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관련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