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보도 언론인 ‘보이지 않는 상처’ 치유해야 할 때
게시글 작성정보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25-04-08 15:38
- 조회수 258
- 댓글수 0
게시글 본문
참사 보도 언론인 ‘보이지 않는 상처’ 치유해야 할 때
취재 후 심리적 어려움 당연해
PTSD로 발전할 가능성도
자신의 감정 인정하고 상담 등
적절한 시기에 치료·관리해야
공감대 형성·조직문화 개선 등
언론사 차원 지원책 마련 시급

세월호 참사, 학동 건물붕괴사건, 그리고 지난해 연말 12·29 여객기 참사까지.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에서는 대형 참사가 반복되며 사회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피해자와 유가족뿐만 아니라, 이를 보도하는 취재진 또한 정신적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찰, 소방관, 구급대원 등 현장대응인력의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공감은 형성되고 있는 반면, 취재진이 겪는 트라우마에 대한 인식과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재난과 참사의 현장에서 취재진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다.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인터뷰하며, 위험한 환경 속에서 장시간 취재를 지속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심리적 충격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취재진 스스로가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데 우선 자신이 경험하는 트라우마로 인한 정서적 어려움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모든 사람은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는 것뿐 아니라 반복적으로 자주 노출되는 것 역시 위험하다.
트라우마로 인한 주된 반응으로는 재경험, 회피, 과각성(경우에 따라서는 저각성) 그리고 부정적 인지 등이 있다. 재경험의 경우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참사의 충격적인 장면이 지속적으로 떠오르거나 악몽을 꾸는 등 반복적으로 사건과 관련된 기억, 감정, 감각이 떠오르는 증상이다. 회피는 사건과 관련된 장소와 사람을 피하거나 취재 활동에 회의감이 드는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과각성은 불안, 집중력 저하, 수면 어려움, 예민함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또는 감정 표현이 어려워지거나 둔하고 무기력해지는 저각성의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자신과 세상,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부정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이는 자기비난이나 무력감, 냉소적인 태도로도 나타난다.
참사에 대한 취재 이후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한다면 그걸 자신의 나약함이나 부족함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생각하고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듯 참사 현장을 보도하는 취재진들 또한 충격적인 장면과 고통스러운 상황에 자주 노출됨으로써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취재진 또한 현장에서 목격한 장면과 감정적 충격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 이들이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많은 취재진들이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내가 감히 힘들다고 이야기해도 될까?’라는 죄책감과 부담을 느낀다. 재난에 대한 경험이 충분치 않은 경우, 언론사 내부적으로 취재진의 정신 건강을 위한 시스템이 부재한 경우가 많다. 취재진의 심리적 어려움을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어려움을 드러내는 게 쉽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충격적인 참사현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도,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는 것도 모두 트라우마가 될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트라우마는 단순히 일시적 충격으로 끝나지 않는다.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속적인 심리적 고통을 받을 수 있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뿐 아니라 심각한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러한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정신 건강은 물론 취재 활동의 질과 언론의 신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취재진이 트라우마를 겪을 경우, 이를 방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라우마 이후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다.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나면 트라우마 반응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트라우마 이후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숨기지 않고 이를 인정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동료나 전문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트라우마에서의 회복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타인과의 연결이다. 고립되고 소외되면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이 더 심화된다. 비슷한 경험을 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필요하다면 정신 건강 전문가와 상담을 받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는 정상적인 트라우마 반응이 보다 심각한 형태의 정신적 문제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취재 후 충분한 휴식과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가능한 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트라우마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자기돌봄과 직업활동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참사현장을 취재한 이후에는 일정 기간 강도 높은 취재에서 벗어나 정신적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재충전을 위해 명상, 가벼운 운동 등이 트라우마와 소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효과적이며 일정한 수면패턴을 유지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도 정신적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렇듯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진이 온전히 회복하고 다시 의미 있는 취재활동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언론사 차원에서의 시스템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참사현장 취재가 갖는 어려움과 심리적인 영향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받아들여지지 못하면 이는 추가적인 트라우마로 심리적 고통을 더욱 심화시키게 된다.
언론사는 참사현장을 취재하는 취재진이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이들을 위한 지원시스템을 만들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취재진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취재진의 정신 건강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언론의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요소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진이 다시 회복해 보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언론 내부에서부터 공감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활동하는 취재진이야말로 깊이 있고 균형 잡힌 보도를 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신뢰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는 취재진도 ‘보이지 않는 상처’를 보살펴야 할 때다. 트라우마 이후 경험하는 정서적 고통은 개인의 나약함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회복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이전글
-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