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취재 현장 가보니… “방진복은 커녕 마스크 착용 전무” > 회원활동

본문 바로가기

회원활동

AI취재 현장 가보니… “방진복은 커녕 마스크 착용 전무”

게시글 작성정보

profile_image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4-03-14 20:20
  • 조회수 5,022
  • 댓글수 0

게시글 본문

완전무장 공무원과 달리 맨몸으로 현장 누벼

  지난 1월26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해남의 한 종오리농장으로 후배들과 함께 현장 취재를 나갔다.
 이 농장에서 폐사한 오리의 가검물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8·AI) 항원이 검출되면서 종오리 1만2000마리에 대한 1차 살처분이 전날 밤 9시부터 이날 새벽 6시까지 실시됐다.
  해당 농장 출입구에는 접근금지 푯말과 진입 차단띠가 둘러져 있었고, 방제복 등으로 완전무장한 방역요원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낯선 차량에 놀란 방역요원에게 신분을 밝히고 간단하게 취재를 마친 뒤 이 농장에서 운영하는 나주 세지면의 다른 종오리농장으로 차를 돌렸다. 
  낮 11시30분께 나주 세지면 농장에 도착하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방제복과 방진마스크를 쓰고 농장 출입을 통제하는 방역 공무원들의 모습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현장에 도착해 농장의 분위기를 스케치하느라 분주한 기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오후 1시로 예정됐던 살처분이 오후 3시로 연기되자 기자단에서는 점심으로 자장면을 시켜 먹기로 했다. 농장 앞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무덤에 돗자리를 펴고, 20여명의 기자들이 자리잡고 앉아 자장면과 탕수육 등을 펼쳐놓고 맛있게 먹었다. 혹시 모를 AI 감염을 막기 위해 중국술도 빼놓지 않았다.  
  기자들이 식사를 마치자 방역당국은 생석회와 액체 소독약 등 많은 약품들이 농장과 주변에 살포했다. 
  같은 현장에 있는 방역 공무원들과 취재진들의 모습은 큰 차이를 보였다. 방제복과 방진마스크로 완전무장한 공무원들과 달리, 기자들은 마스크 한 장 없이 맨몸으로 현장을 누볐다. 살포되는 소독약에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들이 포함됐음에도 방제복은 커녕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무방비로 노출됐다.
  이날 현장에 있던 A기자는 “AI가 발생했던 2009년과 달리 지금은 안전을 위해 살처분 현장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그 때도 마스크 한 장도 착용하지 않고 AI에 감염된 오리를 몰고, 살처분 현장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A기자는 이어 “보호장구 그런 게 어딨어. 예전에도 위험한 현장에 들어갈 때도 맨몸으로 들어갔다”며 “위험 현장 취재를 마친 뒤에는 항상 기자들의 안전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결과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푸념했다. 
  이날 현장 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시간동안 나 역시 많은 반성을 했다. 위험한 현장을 다녔지만 나를 비롯해 후배들의 최소한의 안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스크 한 장 없이 위험 현장으로 취재를 온 기자들이나,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취재 기자들을 현장으로 보낸 회사나 서로 뭐라고 할 말은 없어 보인다.
  사무실에 도착해 기사를 마감하고 후배들과 저녁을 먹으며 한 말은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후배들을 위험한 현장에 보낼 때 최소한 방진 마스크는 씌어서 보낸다고.
황애란 기자(전남매일)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관련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