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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기자가 바라본 2014 험한 세상-신대희 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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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4-12-09 15:47
  • 조회수 7,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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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기자가 바라본 2014 험한 세상 - 신대희 뉴시스 기자

 

펜을 꼿꼿이 세워야 하는 이유


 "도대체 배가 어떻게 된 겁니까?" 2014년 4월16일 전남 목포한국병원. 세월호 생존자들이 병원에 실려오자 과열된 취재 경쟁은 시작됐다. 기자들은 생존자들을 취재하기 위해 질문을 연달아 던졌다. 나도 그 무리 중 한 명이었다. 정부는 구조와 수습 과정에서 우왕좌왕했지만 언론의 취재 방식도 다를 바 없었다. 나는 생지옥 같은 장례식장, 팽목항, 체육관에서 취재하고 기록해야 했다. 울부짖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다 멱살을 잡히고 욕을 수차례 들었다.

  
 나는 지난 7월 광주 광산구 장덕동에 마련된 소방헬기 추락사고 합동분향소에서도 유가족이 오열하는 장면을 촬영하다 혼쭐이 났다.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니 "그만 찍으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 때문에 기자들이 쫓겨났고 한 유가족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끝없는 절망 앞에서 취재를 하는 기자들이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나는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을 정확하게 알려야 하는 책무와 질문을 던져야 하는 어려움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반복했다. 어디까지 취재를 해야 하고 말아야 하는지 막막했고 매 순간 두려웠다. 나는 '기자는 현장에서 올바른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딜레마를 극복했다. 단, 피해자들의 심정을 최대한 배려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공감이 없는 취재는 오보와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 


 기자들이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질타에도 취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언론은 진실을 알려야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새로운 사실을 밝히고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사회 구조와 제도에는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알려야 한다. 이는 공공에 숙의를 제공, 정책을 바꿔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나는 장성요양병원·담양펜션 화재 현장에 가보진 못했지만 선배들이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선배들은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것을 밝혀내기 위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보도했다. 불법 증측, 허술한 안전 점검, 인허가 과정의 뇌물 수수 등이 잇따라 드러났다. 이후 정부는 전국의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실시했고 관련 법을 어긴 병원들을 적발해 처벌했다. 이 같은 공론화가 변화를 이끄는 것이다. 


 올해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광주와 전남뿐 아니라 경주 체육관 붕괴사고, 동부전선 총기난사, 싱크홀,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기자들은 늘 현장에서 열과 성을 다해 뛰고 있지만 지금처럼 국민이 언론을 불신한 적도 없는 것 같다. 사실 기레기 창궐은 언론이 자초했다. 몇몇 언론은 사안을 왜곡하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세월호 참사 초기에 '전원 구조', '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보도했고 보험금과 재난 영화를 언급하는 등의 기사는 불신을 키웠다. 언론이 그릇된 보도에 대해 비판을 받는 것은 백 번이고 옳다. 하지만 기자들 모두를 기레기로 비난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기레기 같은 기자도 분명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예의를 지키며 열심히 뛰는 기자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나는 현장에서 욕을 먹는 게 두렵지 않다.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침묵하는 게 두렵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당당하게 외쳐야 한다. 그게 바로 ‘기록(記)하는 놈(者)’이 펜을 꼿꼿이 세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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