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3일만에 떠오른 세월호…눈물의 마지막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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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7-04-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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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상> 1073일만에 인양된 세월호의 처참한 모습.<해양수산부 제공>
<사진설명 하> 2014년 4월 16일 침몰 당시 선수 바닥만 남긴 채 가라앉은 세월호의 모습.
[세월호 인양 취재기]
1073일만에 떠오른 세월호…눈물의 마지막 항해
너무 쉽게 건져 올린 세월호
3년의 시간에 처참한 모습뿐
미수습자 9명 가족품에 안기길
"우리가 세월호의 처음과 끝을 보게 되네요."
3월 23일 새벽 진도군 동거차도 야산에서 세월호 인양 과정을 지켜보던 한 후배는 카메라를 응시하다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새벽 취재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밤새 울리는 카톡 소리에 잠을 깼다.
따뜻한 이불을 박차고 나와 산을 탄지 몇분만에 세월호 선체의 일부가 물에 떠올랐다는 속보가 떴다.
기사 제목에 "1천73일의 기다림"을 쓰면서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3년 전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는 파란 바닥을 드러낸 채 가라앉고 있었다.
어업지도선에서 진도군청 공무원들이 '전원 구조'라는 메시지를 보여 준 터라 배 주변을 배회하는 해경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었다.
세월호 주변에도 배에서 흘러나온 부유물이나 컨테이너 하나 발견하지 못해 홀가분한 기분으로 취재를 한 뒤 구조자들이 있다는 서거차도에 갔다.
모포를 두른 채 추위에 떨고 있는 단원고 학생에게 구조 과정을 물었더니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아직도 배에 친구들이 있어요."
설마 그럴 리가, 급하게 배를 돌려 도착한 팽목항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아이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 구조하러 가겠다며 배를 찾는 아빠의 절규가 작은 항구에 가득했다.
그 후 3년, '이번엔 정말로 인양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출장 가방을 쌌다.
시험 인양을 한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거짓말처럼 세월호는 3년이나 몸을 박고 있었던 펄에서 벗어나 바닥에서 1m를 떠올랐다.
수면 위에 완전히 부상한 세월호는 여기저기 긁히고 녹슬어 상처투성이였다.
맹골수도의 험한 물살과 3년이라는 세월 속에 선체에 새겨진 'SEWOL' 글자도 거의 지워졌다.
세월호가 떠오르기만을 기다렸던 미수습자 9명의 가족들은 처참하게 변해버린 세월호의 모습을 보고 오열했다.
단원고 학생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우리 아이가 저렇게 지저분한데 있었구나. 불쌍해서, 추워서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졌다"며 통곡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마지막 항해에 나선 세월호는 아직 뭍에 몸을 풀지 못했다.
미수습자 9명도 아직 가족의 품에 돌아가지 못했다.
다음달 협회보에는 '세월호 미수습자 9명 수습 완료'라는 기사를 보기 바라며 다시 출장 가방을 싼다.
-글·사진=형민우 편집위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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