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앞둔 소회] 동거차도의 '진실 인양' 지역 언론의 몫이다 - 김진선 목포MBC 기자 >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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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앞둔 소회] 동거차도의 '진실 인양' 지역 언론의 몫이다 - 김진선 목포M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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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6-07-07 16:01
  • 조회수 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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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상-우) 故 김관홍 잠수사와 김진선 기자.

(하)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동거차도 산꼭대기 천막 안에서 MBC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세월호 인양 앞둔 소회]

동거차도의 '진실 인양' 지역 언론의 몫이다 



 김진선 목포MBC 기자


취재 대상이 원하지 않는 질문이 있다. 꺼려하는 그 질문을 해야 하고, 그 대답을 찾아야 한다. 그게 우리의 일이다.


많은 기자들이 해야 할 일을 방기했다. 냉정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지향한다면서, 실제 온도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2014년 4월 16일 침몰한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특히 그랬다. 무리하고 무례한 취재 보도로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을 헤집는 일은 말할 것도 없다.


2년이 훌쩍 흘렀다. 선체 인양작업이 시작됐다. 이면에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을 찾아볼 수 있는가. 중국 최대 구난업체인 상하이샐비지가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방식으로 선체를 통째로 인양하겠다는데, 해양수산부와 업체가 설명했던 인양 계획에는 문제가 없었을까. 6월을 목표로 했던 인양은 7월로, 8월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모든 실험을 마쳤어야 할 부력재는 선수를 들어올리기 직전 튕겨져 나왔고, 선체는 훼손됐다. 물살이 거세고 험한 맹골수도에서 작업을 하면서 '예상치 못한 파도'를 원인으로 꼽았다.


목포MBC가 입수해 보도한 인양 자문업체 영국 TMC와 상하이샐비지, 해양수산부의 회의 기록에 따르면 하중 계산 오류 등으로 인한 인양 지연은 예견된 문제였다. 수중에서 8천t이 넘는 세월호를 끌어올리기 위해 연결된 각각의 와이어들이 견뎌야 하는 하중은 얼마인지, 어느 높이의 파도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게 설계됐는지, 약해진 선체를 훼손할 우려는 없는지, 시뮬레이션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끊임없이 묻고, 문제를 제기했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언론이 무작정 정부와 업체에게 인양 실패 우려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전원 구조 오보로 시작된 언론의 참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전원 구조' 최악의 오보
언론 참사 아직 진행형


선체 인양작업 이면
의문 제기 질문 없어


힘없는 이들 목소리
잊지 않고 전달하길



2015년 마지막 날, 목포MBC 취재진은 진도 동거차도로 향했다. 해마다 연말과 1월 1일이면 방송하는 '해넘이'와 활기찬 '새해맞이' 리포트를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사고 해역에서 2km 남짓 떨어진 동거차도 산꼭대기에는 자식 잃은 부모들이 교대로 인양 작업을 지켜보
고 있다. 공정이 제대로 보일 리가 없지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기에 카메라 렌즈를 돌려가며 움직임들을 보이는 대로 기록하고 있다. 평소 희생 학생들의 반별로 3-4명의 부모가 머물지만, 그 날은 많은 사람이 찾았다. 특별한 날 더 외롭지 말라고 더 많은 부모들과 생존 학생, 시민들이 찾아온 것이다. 얼마 전 숨진 민간 잠수사 김관홍씨도 그 자리에 있었다.


목포MBC는 참사 초기부터 꾸준히 세월호 참사 안팎을 따라왔기 때문에 일부 희생자 부모들과는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몇 명이 유가족 대부분이 갖고 있는 '언론'에 대한, 특히 MBC에 대한 거부감을 떨쳐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취재 현장에서 유가족들의 경멸의 눈빛을 마주한지는 오래다. 그날도 기자와는 말 한마디도 섞지 않으려는 희생자 어머니들 옆을 서성이며 리포트를 제작했다. '힘겨웠던 한해를 보내며'라는 제목으로 유가족들이 그 해 마지막 날을 동거차도에서 보
내게 된 이유와 소망, 그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 날밤 산꼭대기 천막 안에서 마주한 풍경을 잊을수 없다. 우리 취재진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겠다며 누군가 그 날 방송에 나간 리포트를 스마트폰으로 재생한거다.


"우리 이야기가 뉴스에 나왔다고?"를 수군대며 작은 스마트폰 주변으로 가족들이 몰려들었다. 천막 안에는 리포트 음성만 울렸다. 고작 1분50초의 리포트는 머리를 맞대고 쪼그려 앉은 가족들 사이에서 몇 번이고 처음부터 다시 재생됐다. 어떤 어머니는 '우리들 이야기'가 방송 뉴스로 나온 건처음봤다고 했다. 팽목항과 인양 작업 현장을 오가며 꾸준히 방송해왔지만, 방송 권역이 다른 안산에서 지내온 사람에겐 당연한 이야기다. 전국 방송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자신도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다 결국 숨진 김관홍 잠수사는 그 날 동거차도에서 '유가족들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희망'이라고 말했다. 활동 종료 압박에 내몰린 특별조사위원회도, 광화문에서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며 농성중인 유가족들도, 또 지켜보는 이들도 지금 바라는 것은 세월호가 하루 빨리 온전히 뭍으로 올라오는 것일테다. 세월호는 여전히 진행중인만큼 지역 언론이 힘없는 그들을 대신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작아진 목소리들을 잊지 않고 전달하는 희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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