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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라 기자의 신혼여행 이야기 - 한국 오니 비로소 밀려오는 하와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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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9-11-26 14:55
  • 조회수 6,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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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라 기자의 신혼여행 이야기

 

한국 오니 비로소 밀려오는 하와이의 추억


ABC마트의 호갱님에서 머스탱을 타지 못한 남편까지

미사여구 없어도 돌아볼수록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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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상)쿠알로아 비치 파크

(하)오바마가 사랑했다는 샌디비치에서.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한 여행기를 쓸 수도 있었다. 그래야 신혼여행이 좀 더 행복해 보일 수 있을 것이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하와이 곳곳에서 보고 느낀 바를 풀어 놓을 것인데 회원들 중 누구에게라도 도움이 되는 글이면 좋겠다.

인천공항에서 여권을 잠시 잃어버려 비행기 타는 곳까지 200m를 질주해야 했던 것을 제외하면 여행은 순조롭게 시작됐다. 가격이 적당해서 선택했던 하와이안항공은 기대 이상이었고, 비행기를 4시간 이상 타기 어려워하는 남편이 8시간 더 탈 수 있어라고 말할 정도였다. 현지 햇볕이 꽤 따가웠지만 땀으로 끈적일 정도로 괴롭지는 않았다.

호텔에 짐을 풀고 말로만 듣던 와이키키 해변으로 향했다.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호텔에서 해변까지 가는 데 30분 넘게 걸렸다.

그 놈의 ABC.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차 안에서 픽업 기사는 말했다.

하와이에는 ABC마트가 있는데 거기 물건도 싸고 없는 게 없습니다.”

해변으로 향하는 길에 ABC마트가 보이자 나는 아까 픽업 기사의 말이 떠올라 남편의 손을 잡고 마트로 들어갔다. 남편은 난생 처음 보는 미국 가게 물건들이 신기했는지 온갖 물건들을 이리 저리 돌려보곤 했다.

조금만 더 보자며 물건들을 감정하듯 살피는 남편 덕분에 와이키키로 향하는 내 마음은 축 늘어져버렸다. 나중에 알았는데 ABC마트는 없는 것도 많고 심지어는 현지의 다른 마트들에 비해 너무 비싸다. 오로지 관광객들만 가는 ABC마트들은 시내 곳곳에서 호갱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물건 구경을 마치고 와이키키 해변에 다다르자 가장 먼저 서핑족들이 눈에 띄었다.

그렇다. 내 눈에 그들은 이었다.

그들은 마치 서핑만을 위해 이 바다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함께 해온 사람들처럼 보였다. 실컷 파도를 타고 모래사장으로 걸어 들어오는 소년을 따라 그 방향으로 눈을 돌리니 해변 한 쪽에서 한가로이 음식과 대화를 나누는 가족이 있었다.

검게 그을린 몸에 갈색 사자머리를 어깨 아래까지 늘어뜨린 10세 남짓의 남자 아이는 이제 막 서핑을 마치고 돌아오는 형을 향해 공을 찼다. 잠시 후 유치원에 가기에도 어린 나이로 보이는 여자아이까지 합세해 한바탕 공놀이가 벌어졌다.

그 아이들을 보며 그 또래 우리 조카를 생각했다. 만약 이 아이들이 우리 조카를 보면, 학교를 마치고 학원들을 순회한 후, 집에 와서도 쌓인 숙제를 해야 하는 한국의 제 또래 아이들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어떤 아이가 더 행복감을 느끼며 살까.’에 대한 답은 확실히 알겠는데 앞으로 태어날 내 아이에게 그 답대로 살라고 할 수 없을 것만 같아 복잡한 마음이 들어찼다.

여행 셋째 날부터는 차를 빌렸다. 남편은 이곳에 오기 전부터 머스탱을 타보자고 했다.

가장 미국적인 차라나? 실제로 거리 곳곳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차가 머스탱이었다.

차를 빌리러 렌터카 회사에 갔는데 머스탱은 없었다. 예약이 꽉 찬 것이다. 남편은 투덜대며 하나 남은 미니를 탔다. 우람하고 웅장한 소리를 내는 차를 타고 싶다던 그가 입을 삐쭉 내밀며 그 조그만 차에 몸을 구겨 넣는데 너무 웃겼다.

호텔에 차를 하룻밤 세워두는 데 주차비로 무려 40달러씩이나 요구해서 부담스럽기도 했고 그 부담을 덜기 위해 공터 옆에 차를 세웠다가 딱지도 끊기고 해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오하우섬 동부 해변을 지날 때 그런 마음들은 씻은 듯 사라졌다. 오바마가 사랑했다고 하는 샌디비치에 차를 세우고 모래사장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면서 남편은 내일 렌트카를 하루 더 빌려 이곳에 또 오자.”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이란 나라에 처음 가본 남편은 여행 내내 아 왜 이렇게 팁을 많이 달라고 그러는 거지?”라며 못마땅해 하곤 했지만, 한국에 와서는 채 사흘도 지나지 않아 내게 하와이 음악을 들려줬다.

하와이의 국민가수였다는 이스라엘 카마카위우올레의 ‘White Sandy Beach of Hawaiʻi’라는 노래였는데, 해질 무렵 그 바닷가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그 바다 파도처럼 밀려왔다. 노래 탓일까. 하와이의 모든 것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한국으로 돌아오니 그곳이 점점 더 아름답게만 각인되어 가고 있다.

/·사진=박사라 C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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