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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세이] 72년생 김종범이 ‘82년생 김지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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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8-04-1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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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생 김종범이 ‘82년생 김지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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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씨! 당신에 대한 첫 느낌은 낯섦 그 자체였습니다. 82년생 여성인 그대에게 과연 어떤 곡진한 사연이 있길래 세간의 이목이 쏟아졌는지 궁금했더랬습니다. 책장을 펼치자 생경한 감정은 이내 친근감으로 치환됐고 시나브로 당신의 이야기에 빠져들었습니다. 80년생 김지영이 감내해야 했던 그 모든 시공간과 상흔의 파편들이 이내 스냅사진처럼 펼쳐졌습니다. 뿌리깊은 남아선호, 유리천정으로 상징되는 젠더 차별, 천형(天刑)과도 같은 가사노동과 육아의 굴레까지82년생 지영씨의 삶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82년생인 당신에게 이제 72년생인 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저는 박정희가 악랄한 독재의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한 1972년도에 태어난 소위 유신둥이입니다. 저의 탯줄은 담양이었지만 네 살무렵 광주로 이사해 줄곧 광주사람으로 자랐으니 뼛속까지 전라도 사람인 셈입니다. 초등학교 다닐적에 5·18광주항쟁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저는 산수오거리 인근에 살았는데 한밤의 적막을 깨트리던 총소리의 기억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귓가에 쟁쟁합니다.

군대시절의 추억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931월 군번인 저는 논산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충북 증평에 있는 37사단 헌병대로 자대배치를 받았는데 자대로 온 첫 날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했습니다. 당시 부대 인사계는 괴팍한 인상의 김모 상사였는데. 투박한 경상도 톤으로 전라도 출신인 저에게 가시 돋힌 질문공세를 퍼부었습니다. 이후 군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부대 고참들도 대부분 경상도 출신이 많았고 그들은 저를 깽깽이라 부르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5년 정도 서울살이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서울 언저리에 스무평 남짓한 전셋집을 마련하고 막 이삿짐을 풀던 날 아침,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누구보다도 지역갈등의 벽을 허물기 위해 앞장섰던 분이라 상심이 컸습니다. 이명박 정권하에서 정부부처를 출입했는데 고위직은 죄다 경상도 출신들의 차지였습니다. ‘일베가 퍼트리는 유언비어가 술자리에서 공공연히 유포되는가하면, 전라도 출신의 촌놈기자에게는 홍어를 어떻게 먹느냐는 비아냥이 난무했습니다.

지영씨! 당신과 저는 1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이 존재하는 격세지감의 사이지만 또한편으로 차별과 핍박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동병상련의 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후배나 누이동생 같은 당신과 볕좋은 카페 테라스에 앉아 아주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 김종범 BBS광주불교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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