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범 기자의 문화에세이-타임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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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6-03-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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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tvN '응답하라1988' 후속작 '시그널' 포스터 (왼쪽·tvN 제공)와
지난해 재개봉했던영화 '백 투 더 퓨처'(1985).
한동안 TV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그렇다고 내가 유별나게 TV기피증이 있는건 아니었지만 온전히 내 것이어야 할 여가 시간이 TV라는 문명의 이기에 원격조종되는 타자화된 생활 패턴에 다소 신물이 났더랬다. 무료함을 달래기위해 막장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 연예인들이 신변잡담이나 늘어놓는 예능프로를 보곤 했는데 나자신이 무척이나 바보스럽게 느껴졌다.
TV 시청이라고 해봐야 9시뉴스나 영화채널이 고작이었던 나를 다시 브라운관앞으로 소환한 주범은 다름 아닌 바로 모케이블 채널의 미스터리 수사물이었다. 우연찮게 시리즈의 첫회를 시청하게 되었는데 마치 '웰메이드 무비' 한편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본의아니게 본방을 놓칠라치면 기어코 재방을 챙겨봤다. 드라마의 얼개는 무전기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의 경찰이 시공을 초월한 교감을 나누며 미제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다소 황당한 줄거리다. 그럼에도 흡인력이 높은 스토리에 베테랑 배우들의 농익은 명품연기가 더해지면서 지상파 드라마들을 능가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장안에 화제를 뿌리며 종영됐던 '응팔시리즈'의 후속작으로 기대치가 높았던데다, '베테랑', '내부자들'처럼 '부패한 권력과 맞짱뜨는 의인(義人)'이 히어로가 되는 충무로의 흥행코드가 잘 녹아든 점도 이 드라마의 성공요소였지 않나 싶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미끄러지듯 횡단하는 시간여행을 가리켜 이른바 타임슬립(time slip)이라 한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류의 소설 '5분후의 세계'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라는데,타임슬립은 이미 영화나 안방극장, 문학 장르, 여러 예술작품에서 각광받는 단골 아이템이됐다.
배우 김하늘, 유지태 주연의 영화 '동감'은 무선통신을 통해 1970년대의 여대생과 2000년대의 남학생이 시공을 초월해사랑을 나눈다는 멜로 영화였는데, 개봉당시 꽤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전도연 주연의 '인어공주'도 딸이 어머니의 젊은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판타지가 골격을 이루고 있는데,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가 3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부모님의 인생을 바꾸었던 것처럼 영화적 발상이 흥미로웠다.
대중문화 속 '단골 아이템' 시간여행
원조 '백 투 더 퓨처'부터 '시그널'까지
답답한 현실서 꿈꾸는 궁극의 판타지
타임슬립의 유행은 최근 몇 년간 대중 문화의 키워드로 자리잡은 복고 열풍과도 맥이 닿아있다. 하지만 복고가 단순히 흘러간 유행가를 읊조리는 수준이라면 타임 슬립은 과거와 현재간에 소통을 시도하고, 한발 더 나아가 과거와 현재를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훨씬 더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과거로 돌아가 현재 혹은 미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그 짜릿한 환상. 타임슬립은 변변치 않는 현실공간에 갇혀있는 가엾은 중생들이 꿈꾸는 궁극의판타지다.
-광주불교방송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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