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만의 전유물 조선왕조실록 시각화 재미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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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전남기자협회
- 작성일 14-03-1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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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실록 5·18'도 나왔으면
어린 날, 가끔씩 찾아오던 시장통 천막극장을 기억한다. 십 리길을 걸어 봤던 흥분과 그믐 밤 초승달의 무서움이 아직도 짜릿하다. 천막극장과는 달리 그 시장통에 붙박이로 있던 곳, 만화방 또한 삼삼하다. 장보러 가던 엄마를 따라 나섰던 큰 이유가 팥죽과 만화였다.
지금과는 달리 출입을 통제 받거나 애들을 망치는 불량서적으로 치부되던 시절, 만화방은 궁색함과 비루한 처우와는 달리 자유와 반항이 꿈틀대던 곳이었다. 작은 일탈을 함께 나누던 친구들과의 의뭉스런 동료애가 살아 숨쉬던, 띠기·오뎅·덴뿌라·쫀득이 등 허접스러운 먹거리들, 나를 미치게 하고 확실하게 감정이입 시켰던 독고탁·구영탄·꺼벙이·강가딘 등 그 많은 만화주인공들이 온갖 에피소드를 펼치는 곳이었다.
그 치기 어린 반항의 세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들게 했던 음식, 만화방의 분위기까지 만화는 아련한 추억이다.
만화는 무애하다. 과거와 미래, 지하와 우주 등 거칠 것이 없다. 비현실적인 공간과 시간, 생각까지 재현 가능한 가장 자유로운 무대다. 그래서 만화는 자유다. 만화는 아무리 황당할지라도 생각하면 다 이루어지는, 꿈을 현실화하는 첨단의 기술의 보고다. 간명하고 핵심적인 문장, 알기 쉽고 주목도 높은 시각적 표현은 그 어떤 훌륭한 강연과 연설보다 강력한 연설문이다. 나이와 계층을 넘어 조금만 읽다 보면 쉽게 빠져드는 매력덩이다. 그래서 만화는 추억이고 자유며 꿈이자 가장 강력한 연설문이다.
최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보았다.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만화로 담아냈다. 조선의 개국부터 망국에 이르기까지의 정사에 대한 기록을 시각화해서 보여준다. 작가가 생각하는 인물상에 맞게 인물의 캐릭터를 그려냈는데 그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전문가나 연구자들만 접할 수 있다고 여겼던 실록을 학생은 물론이거니와 일반인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양한 인간군상, 군신간 권력다툼, 붕당정치의 출현, 명분과 실리를 다투는 국제외교, 왕과 대신들의 다양한 정치실험과 반발, 민생정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잘 드러나 있다. 현 시대의 에피소드를 양념처럼 섞어가면서.
조선왕조실록은 보면서 실록 5·18을 만화로 만들었으면 생각했다. 그 동안 5·18관련 뮤지컬, 만화, 그 만화를 소재로 한 영화 등이 있었다. 하지만 소재만 차용했을 뿐 통사적으로 사안 전체를 조망하는 저작물은 없다.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 사실에 주목하고 친근감 있게 접근해서 좀 더 옳게 알 수 있는 도우미로서 만화는 그 자격이 충분하다.
만화 조선왕조실록을 보면서 과거의 역사가 지금 쓰여지는 세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5·18도 사실 혹은 진실 그대로 알려졌으면 좋겠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렵게 가르치려 들지 말고, 5·18을 오해하고 폄훼한다 흥분하지 말고, 쉽고 차분하게 만화로 담아내 보는 것은 어떨까?
유·스퀘어문화관 문화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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